식민지배 사과 담화 발표한 무라야마 前총리… “日 개헌은 전쟁의 길” 야권 통합 나서

입력 2013-08-19 17:38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에서 연달아 자민당에 패배하며 이렇다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일본 야당이 통합정당을 만들어 자민당의 독주를 견제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심에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있다.

19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사민당 소속인 그는 전날 도쿄에서 “헌법 개정 등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과제와 관련해 야당이 당파에 구애받지 않고 결합해 하나의 정당이 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등 이웃국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우경화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배후에서 일해도 좋다”며 “전국의 지방조직을 토대로 (야권통합)운동을 일으킬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라야마 전 총리가 야권통합을 언급한 것에는 자민당의 독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야권의 무기력과 사민당의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사민당은 지난달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겨우 비례대표 1석만을 건졌다. 전체적으로도 242석 중 겨우 3석에 불과해 이대로 가면 장래가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이 때문에 무라야마 전 총리는 BS-TBS 방송에서 “다음 중의원 선거 때까지 자민당 일당 지배를 견제하고 저항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이미 야당연대의 잠재력을 확인한 바 있다. 지난 7일 아소 다소 부총리의 ‘나치 개헌 망언’에 대해 민주당, 공산당, 생활당 등 야권 성향 5당이 아소 부총리의 파면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낸 바 있다.

특히 아베 총리가 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방침은 야권연대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야당은 물론 연립여당인 공명당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헌법 해석 변경시도를 “이를 계기로 전쟁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 내 우경화 경향을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구상에도 불구하고 야권연대가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통합의 핵심인 민주당 내에 아베 총리의 개헌시도에 동조하는 세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