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보도’ 그린월드 기자 협력자 英공항서 9시간 감금 봉변
입력 2013-08-19 17:38 수정 2013-08-19 23:38
영국 정부가 글렌 그린월드 가디언 기자의 동성 연인이자 협력자인 데이빗 미란다(28)를 9시간 동안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에 감금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BBC 등이 보도했다. 그린월드 기자는 지난 6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소장했던 기밀자료를 취재, 미 국가안보국(NSA)의 정보감시 프로그램 ‘프리즘’의 존재를 특종 보도한 언론인이다.
브라질 국적인 미란다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런던을 경유해 리우데자네이루로 돌아가려던 중 영국 경찰에 붙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은 “대테러법(terrorism act 2000) 부칙 7조에 의거, 28세의 남성을 오전 8시5분 히스로 공항에서 구금했다”며 “오후 5시에 풀어줬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란다는 공항 한곳에 갇힌 채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를 모두 뺏겼고, 변호인도 만나지 못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경찰은 공항이나 항만에서 테러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발견했을 경우 별다른 증거 없이 최대 9시간까지 구금해 심문할 수 있다. 그러나 가디언은 “실제 테러범일 가능성이 있어 검문 받는 인물 중에서도 6시간 넘게 구금되는 경우는 1%가 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린월드 기자는 이번 일을 두고 “세계 모든 곳의 언론인들을 심각하게 위협한 것”이라며 “경찰은 미란다에게 테러와의 연관성이 아니라 NSA 관련 보도 내용이라든지 그의 전자기기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지에 대해서만 심문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도 미란다 구금이 “정당하지 않은 일”이라며 “중대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영국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미란다는 그린월드 기자의 동성 연인일 뿐 아니라 스노든 사건 취재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준 협력자로 알려져 있다. 베를린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로라 포트라스를 만나 스노든 사건을 영화로 각색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