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형제단 호송 도중 폭동… 최루가스에 36명 질식사
입력 2013-08-19 17:37 수정 2013-08-20 00:19
반정부 이슬람주의자들과 군경의 충돌로 심각한 유혈사태를 겪고 있는 이집트에서 18~19일(현지시간)에도 최소 60여명이 사망했다. 국가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중동 정세는 이집트를 둘러싸고 편 가르기 양상을 띠고 있다. 이집트 군부를 비난하는 나라와 비호하는 나라로 갈린 탓이다.
이집트 보안당국 관계자는 최근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무슬림형제단원 600여명 중 36명이 18일 호송트럭 안에서 폭동을 일으켰다가 최루가스에 질식사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그는 보안군이 수감자들에게 붙잡힌 경찰관을 구하려고 최루가스를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집트 국영TV 등은 이 호송트럭이 앞서 교도소 인근에서 총을 든 남성들에게 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19일에는 시나이반도 북부 라파 국경 인근에서 경찰관을 태운 소형버스 2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근래 들어 가장 많은 25명이 죽고 2명이 다쳤다고 보안당국은 전했다. 군부가 지난 7월 초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몰아낸 뒤 시나이 반도에서는 군경을 겨냥한 공격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이어지는 라파 국경검문소를 폐쇄했다.
이집트 정부는 17일에만 79명이 죽었다고 발표했다. 군부의 무력진압이 시작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정부가 집계한 사망자 811명을 합치면 4일간 최소 890명이 사망했다. 18~19일 숨진 61명을 합치면 951명으로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사망자를 130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집트 유혈사태를 대하는 중동 이웃나라들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터키와 카타르, 이란 등은 무수한 사망자를 낸 군부의 무력진압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이집트 과도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군부의 무력진압을 ‘대학살’이라고 비판했다. 무슬림형제단과 비교적 가까운 이들 국가는 무르시 전 대통령의 이슬람주의 정권을 지지했었다.
반면 왕정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바레인 요르단 등은 이집트 군부를 두둔하며 과도정부 편에 섰다. 이들은 무르시 지지자인 이슬람주의자들을 체제 위협 세력으로 본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18일 인터넷에 올린 성명에서 “군부의 조치는 이집트 전역의 평화와 안정을 되찾기 위한 과도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이집트 폭력사태는) 국민의 희망을 볼모로 한 음모의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집트 법원은 지난 4월 시민혁명으로 실각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에 대해 석방을 명령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무바라크는 시민혁명 당시 시위대 유혈 진압을 지시하고 집권 기간 부정부패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으며, 무르시 전 대통령이 이후 정권을 잡았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