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재호] 포털규제, 답은 ‘정부 3.0’에
입력 2013-08-19 17:33
“창조경제 시대의 아이콘이 될 만한 기업이었으나….”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지난 12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제1차 정보통신기술(ICT) 대표자 회의에서 이같이 표현했다. 지난 20년 내에 한국에서 100대 기업으로 편입된 유일한 기업이 그런 평가를 받지 못해 아쉽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인정받지는 못할망정 마치 ‘공공의 적’처럼 비치고 있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이해는 한다.
네이버 현실인식 실망스러워
하지만 김 대표의 현실 인식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네이버가 현재 직면한 시장 지배력과 검색의 공정성 문제는 개방·공유와는 거꾸로 달려온 독식정책에서 기인하고 있다.
네이버는 누가 뭐래도 인터넷의 생명줄인 ‘개방과 공유’의 정신에 터 잡아 성장했다. 하지만 그 정신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네이버는 웹상에 있는 모든 것을 검색해 노출해 주는 구글의 자동검색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검색 제휴를 맺은 사이트와 콘텐츠의 진입 관문을 틀어쥐고 쥐락펴락하는 폐쇄적 정보 유통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트래픽과 비즈니스 관련 정보까지 네이버는 독점하고 있다.
정보의 개방·공유는 소통·협력과 함께 박근혜정부의 ‘정부 3.0’을 관통하는 4대 핵심 가치다. ‘있는 사실 그대로’ ‘전 과정에 대해’ ‘국민 중심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양방향·맞춤형에 기초하고 있다.
이에 반한다는 비판 여론이 강하게 일자 네이버는 지난 7월 29일 ‘상생’ ‘공정’ ‘글로벌’을 키워드로 하는 상생협력 방안을 서둘러 내놨다. 이의 실현을 위해 상생협의체 가동, 서비스영향 평가 제도와 표준계약서 제도 도입,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 검색과 광고의 표시 개선 등을 구체안으로 제시했다. 소통과 협력의 의지가 얼핏 엿보이긴 하지만 개방과 공유라는 관점에선 대등한 상생·협력과 아직 한참 거리가 멀다.
개방·공유 되살릴 의지 필요
뉴스 콘텐츠만 보더라도 네이버는 헐값에 사서 공짜로 ‘네이버뉴스’에 노출시키고 있다. 여기서 ‘뉴스=공짜’라는 인식이 싹텄다. 심지어 네이버뉴스에 인기 기사로 걸리면 신문사 사이트에서는 조회수가 오르지 않는 불일치가 간혹 나타날 정도로 그 위력은 엄청나다. 일종의 블랙홀 현상처럼 말이다.
언론사는 이처럼 네이버에 뉴스를 제공하고도 조회수 정보를 알 수 없다. 그러니 이용자 트렌드와 뉴스 소비성향 분석이 어렵고 나아가 돈 내고 볼 만한 프리미엄 뉴스를 구상하기란 언감생심이다. 그저 경험과 직관, 신문사 사이트의 제한적 조회수 정보에 의존할 뿐이다.
2조원 안팎의 인터넷 광고 시장에서 네이버 71.7%, 다음 17.7%, 네이트 6.6% 등 3대 포털이 약 96%를 싹쓸이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총매출 중 인터넷 광고가 6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역시 조회수와 관련한 인터넷 광고 매출 규모가 얼마인지 언론사는 알 수 없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원리가 통할 리 만무하니 네이버가 부르는 값을 거부하면 그대로 퇴출이다. 10여년 이상 객관적 산정 기준에 기초한 네이버의 뉴스 전재료가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숨쉴 공간이 없다.
그래도 인터넷 특성상 입법을 통한 규제가 만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비스와 기술의 혁신, 시장의 변화 속도를 감안할 때 규제가 참사를 부를 수도 있다. 네이버가 정부 3.0에 준하는 정보를 공개·공유하고 제휴사들과 대등한 상생 방안을 선제적으로 내놓길 기대하는 이유다.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