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민해] 현재와 미래
입력 2013-08-19 18:11
“미래와 물질에만 집착해선 안돼… 현재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게 가장 중요”
나는 오늘 여러분에게 현실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내가 60 평생 갈등해 왔던 것은 현재와 미래, 현실과 꿈, 물질과 정신, 현상과 본질, 수단과 목적 이런 것들이었는데요. 그동안 교단에 서서 내 나름대로 생각한 현실과 꿈을 두 개의 영화를 가지고 말해보려 합니다.
1956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만든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라는 영화에 실린 ‘케세라 세라’라는 노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한 뜻을 내가 말해주고 노래를 들려줄게요. ‘케세라 세라’는 간혹 ‘될 대로 되어라’라고 번역되기도 하지만 사실 노래의 뜻은 반대입니다. ‘열심히 꿈꾸면, 또는 노력하면 이루어질 일은 이루어진다’라는 뜻입니다.
“When I was just a little girl. I asked my mother. What will I be. Will I be pretty. Will I be rich. Here’s what she said to me.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The future’s not ours to see. Que Sera, Sera. What will be, will be.”(내가 어린 소녀였을 때 엄마에게 물었어요. 난 커서 뭐가 될까요. 예쁘게 될까요, 부자가 될까요. 우리 엄마는 이렇게 말하셨어요. 케 세라 세라. 이루어질 일은 이루어진단다. 미래란 우리가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이루어지게 될 일은 이루어진단다.)
이 노래에 담긴 메시지는 뭘까요?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하지 말라. 이루어질 것은 이루어진단다. 내가 살아보니까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고 열심히 하면 ‘뭐든지 잘될 거야’라는, 희망을 주는 낙관적인 내용입니다.
두 번째 영화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 이야기입니다. 1980년에 나온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책과 영화는 오늘의 한국 현실과도 많이 닮았습니다. 미국 웰튼 고등학교는 전체 학생의 75%를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시키는 명문 고등학교입니다. 그 학교 출신으로 영어교사로 갓 부임한 키팅 선생님은 ‘카르페디엠’을 외치며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인생을 걸지 말고 현실을 즐기며 현실에 충실할 것을 요구합니다. 카르페디엠은 ‘지금의 매 순간에 충실하라(enjoy the moment)’로 번역되는 라틴어입니다. 그는 카르페디엠이란 구호를 통해 힘겨운 삶 속에서도 언제나 긍정적인 자세로 살며 진정한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하자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키팅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의학, 법률, 경영학, 공학 이런 것들은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고 이상 추구의 대상이지. 하지만 시, 아름다움, 사랑, 낭만 이런 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인거야.” 키팅 선생님의 말뜻은 뭘까요? 의대, 법대, 경영학과, 공대 이런 것 다 집어치우고 사랑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시에 대하여, 예술에 대하여 이야기하자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현실과 정신의 세계를 잊고 미래와 물질에만 집착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경고입니다. 또 시를 단순한 지식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사랑이나 낭만은 멀리할수록 미래가 더 밝다고 여기는 우리 기성세대들에 대한 반성의 촉구입니다.
키팅 선생님의 말에 담긴 의미는 결국 “현실과 이상, 현재와 미래, 물질과 정신 등등에 대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삶이 진정 가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희망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뜻입니다.
여러분! 나는 오늘 케세라 세라(Que sera sera)와 카르페디엠(Carpe diem)이라는 두 외국어를 통해 현재와 미래, 물질과 정신 그리고 꿈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낮다고 말합니다. 행복은 결코 물질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며 지위와 권력에 의해 순서가 매겨지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에 매달려 현재의 자신을 학대해서도 안 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실을 구속하고, 입시에 억눌려 자신을 억압해서도 안 됩니다. 현실의 아름다움과 낭만도 느끼며 현재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여러분! 케세라 세라. 다 잘될 겁니다. 카르페디엠. 현실에 충실하십시오.
민해 혜원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