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이상 골초, 매년 폐CT 찍어라”

입력 2013-08-19 17:31


미국 예방의료특별위원회(USPSTF)가 이달 초 만 55∼79세 ‘골초’ 흡연자는 별 탈이 없어도 폐암 예방을 위해 매년 저선량(低線量) 컴퓨터단층촬영(LDCT)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26일 미국 내 각계의 의견을 수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USPSTF의 저선량 폐CT 조기검진 권고 대상은 최근 15년간 담배를 피웠고, 누적 흡연 양이 30팩이어(pack-year)에 이르는 골초들이다. 팩이어란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울 때 1년간 담배 소비량을 의미한다. 기준치 ‘30팩이어’는 30년 동안 매일 1갑의 담배를 피웠거나 15년 동안 매일 2갑의 담배를 피운 사람을 가리킨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임정기 교수의 도움말로 폐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저선량 폐CT 검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본다.

Q. 폐암은 어떤 암인가?

A. 폐암은 주요 선진국에서 암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31.7명이 사망해 암 사망률 1위에 오른 암이다. 이는 연간 1만5800여명이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폐암 사망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암 중에서도 악성도가 가장 높은 암이기 때문이다. 실제 폐암의 5년 생존율은 15∼17%에 불과하다. 폐암 환자들은 진단 당시 이미 다른 장기에 전이돼 있는 경우가 많아 극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폐암을 극복하기 위해선 수술이 가능한 시기, 그것도 최대한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폐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A. 폐암의 약 85%는 흡연에 의해 발생하고 약 15%는 비(非)흡연자, 즉 한번도 담배를 피워보지 않은 사람에게 생긴다. 일반적으로 직접 흡연은 폐암 발생 위험을 13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발암 위험은 흡연의 양과 기간에 비례한다.

평생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폐암 환자는 대부분 여성들이다. 이 경우 간접흡연, 석면, 라돈, 비소, 카드뮴, 니켈 등의 금속성 환경호르몬과 방사선 노출,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 등이 주 원인이다. 드물지만 타고난 유전적 요인에 의해 폐암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Q. 저선량 CT란 무엇인가?

A. 폐암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작은 원 모양의 폐 결절(혹) 형태가 가장 흔하다. CT 검사는 이런 혹을 찾아내는 데 아주 우수한 영상진단기술이다. 흉부X선 검사는 폐질환을 찾아내고, 추적 검사를 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폐암의 조기 발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USPSTF가 이번에 조기검진 권고 대상으로 삼은 저선량 CT는 일반 CT보다 방사선(X선) 노출을 대폭 줄여서 촬영하는 장치다. 부작용 위험이 있는 조영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X선 노출을 줄이면 촬영 시 잡음(소음)이 증가한다는 게 흠이다.

문제는 저선량 CT로는 혹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을 뿐 그 혹의 모양이 둥글다거나 거친지, 양성인지 악성인지, 림프(임파)절 또는 주위 장기로의 전이 여부 따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선량 CT 검사로 이상이 있다고 여겨지면 일반CT, PET-CT, 기관지내시경 등 좀 더 정밀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다른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불편이 따르게 된다.

Q. CT를 찍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A. 모든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1년에 2∼3 m㏜ 정도의 자연 방사선을 쬐고 있다. 저선량 CT는 방사선 노출량을 일반 CT의 10% 수준으로 대폭 줄인 것을 말한다. 일반 CT는 1회 촬영 시 50∼100m㏜의 인공 방사선을 방출한다. 특정 질환 진단 및 치료 시 일반 CT 촬영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암세포의 원격전이를 가늠하는 데 특히 이로운 PET-CT 역시 보통 부위별로 찍게 되는 일반CT와 달리 전신적으로 찍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이 훨씬 더 크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임 교수는 “30년 이상 담배를 피워 온 50세 이상 흡연자의 경우 적어도 2년에 한 번 정도는 폐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저선량 CT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