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불량식품 근절하려면
입력 2013-08-19 17:16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면서도 해마다 불량식품 혹은 위해식품 사건이 터져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마침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의 하나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선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더욱이 불량식품을 다루는 기관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되면서 이제야말로 불량식품을 이 땅에서 추방할 때가 되었다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러나 정작 법 집행의 근거가 되는 식품 관련법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고 오류도 적지 않아 하루빨리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일본의 식품위생법을 모델로 1962년 제정된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은 그동안 크고 작은 개정을 통해 보완했다고는 하나 세계적인 변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식품안전관리는 식품법의 목적을 ‘소비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식품안전문제의 발생을 방지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정의하고, 규제 대상도 부정불량(Adulteration) 식품과 허위표시(Misbranding) 식품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반면 우리 식품위생법은 허위표시를 포함해 판매금지 대상을 정의해 놓고 있으나(제4조) 그 규제 대상과 내용이 명확치 않아 식품안전 확보 측면에서나 행정적 단속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둘째, 부정·불량식품 규제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의 확대 적용이 시급하다. 미국은 ‘우수제조규범(GMP)’ 관련법을 제정해 1973년부터 전 식품에 적용해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등 일부 식품업체들만 자체 적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식품제조의 ‘위해요소 예방관리시스템’인 해썹(HACCP)도 우리는 일부 식품에만 적용하고 있으나, 미국과 EU 등 식품안전 선진국에서는 모든 식품에 강제 적용하고 있다.
우리도 이 두 가지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을 전체 식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것이 마땅하며, 이에 대한 단계적 시행계획을 법률에도 명시해야 한다. 해썹 제도의 핵심은 ‘식품위해의 사전관리’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영세업체가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소비자 보호와 대외 신뢰도를 높이고, 국가 위상 등을 감안하면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고 본다.
셋째, 현재 사료법에서 관리하는 가축사료도 미국이나 EU와 같이 식품법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축산식품을 공급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수산식품도 마찬가지다. 수출용은 청정구역을 따로 정해 수확하면서도 내수용 수산식품에는 이런 안전장치가 없다. 식용 가축사료와 식품의 안전기준을 일원화해 이른바 ‘위해사료’로 키운 식품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안전한 먹을거리의 생산 및 유통, 소비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올바른 법 정비에서 시작된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