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1야당 장외투쟁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입력 2013-08-18 19:34
여권은 정치 정상화 나서고 민주당은 국회 복귀 서둘러야
민주당이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시작한 장외투쟁이 19일째를 맞았다. 민주당은 지난 주말에도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 뒤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무더위 속 강행군을 하고 있는 제1야당의 모습은 안타까우면서 딱하다. 의원과 당원들이 비지땀을 쏟으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지만 예상했던 대로 국정조사는 알맹이가 없다. 국정원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국정조사는 이제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이다. 19일과 21일 청문회에 이어 23일 마무리되는 일정이다. 야당은 부실한 국정조사에 미련이 남겠지만 이제 장외투쟁 국면을 정리하고 원내로 복귀할 고민과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국정조사 부실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야당의 책임이 크고, 사법권이 없는 국회의 국정조사는 원천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국정조사에 이어 특별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특검 역시 성공을 거둔 예가 드문 만큼 관철을 고집할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지난 16일 청문회에 핵심 증인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출석한 상황이니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시작하면서 내세웠던 국정조사 파행이란 명분의 원천이 해소된 셈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추가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국정조사를 장외투쟁의 동력으로 계속 끌고 가려는 정략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여야는 이제 국정원 개혁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 국정원이 종북 게시물에 댓글을 다는 행위가 본연의 업무에 속하는지를 국익 차원에서 따지고, 국가기관의 정치 및 선거 개입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되 필요하면 국정원 조직을 바꿔야 한다. 남재준 국정원장 체제 하에서 NLL 대화록을 전격 공개한 것이 적법했는지 또 정치 개입에 해당되는지 여부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장외에서 국정원장 퇴진이나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정치 공세만으로는 실체적 해법을 도출하기 어렵다.
9월 정기국회 개회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이대로 장외투쟁 국면이 지속되면 정기국회마저 부실해질 수 있다. 최근 논란을 빚은 세제 개편안과 수정안, 복지와 증세의 문제 등도 국회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민주당의 원내 복귀를 위해 여권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존중한다면 장외를 떠돌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 야당의 주장 중 합리적인 것은 과감히 받아들여 정치를 정상화해야 한다. 장외투쟁을 정리해야 할 책임은 민주당에 있지만, 정치를 정상화할 책임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가진 여권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의 핑퐁 식 접근으로 화석화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담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