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작은 세미나의 맛
입력 2013-08-18 19:34 수정 2013-08-18 19:27
지난 10일 토요일 오후 4시, 작은 세미나가 열리는 기록문화 사무실은 활기찬 분위기다. 수박화채와 다과를 준비하며 한쪽에서는 이름표를 만들고 있다. 오늘의 초대강사는 유연영 목사(아름다운상담센터 소장). ‘통제와 사랑’이란 강의를 듣기 위해 주말의 바쁜 일정을 뒤로 하고 달려온 15명의 초대 손님들이 작은 사무실에 빙 둘러앉았다.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통제(수직적 관계)와 사랑(수평적 관계)이 있는데, 우리가 익숙하게 맺어온 관계는 어떤 패턴들일까요? 자기 속에 있는 통제에너지를 인식하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봄으로써 진정한 사랑의 관계로 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강사의 열정적인 강의와 청중의 몰입으로 90분이 금세 지나갔다. 2005년 3월에 시작된 작은 세미나는 재능 기부의 하나로 문화 달란트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올해 열여섯 번째 모임을 갖기까지 그동안 다양한 주제를 다뤄 왔다. 생각하는 법, 모험과 도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독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꿈을 이뤄지게 하는 파워 네트워킹, 서드에이지-마흔 이후 30년, 유혹, 독서를 통한 성숙과 영적 치료, 유머를 재조립하라, 씽크 쿡 떡 요리, 삶·사랑 그리고 달리기 등.
강의가 끝나면 참석자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준비해 온 시를 한 편씩 낭송하고, 강의와 관련된 궁금한 것들을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통해 매번 회복과 치유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작은 세미나에는 특별한 순서가 있다. 사례비 대신 각자 준비해 온 작은 선물을 모아 강사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시집(詩集), 방향제, 화분, 머플러, 성경지도와 영상물이 들어 있는 CD, 잡곡, 예쁜 그릇, 우산, 건강식품 등. 정성이 담긴 깜짝 선물을 한 아름 받은 강사는 그때 그 순간의 감동을 특별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계층간의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년기에 들어선 직장인들은 자신의 업적과 성취의 벽 위에 성을 쌓고 지내기 쉽다. 그 대안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속감과 친밀감이 넘치는 작은 모임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작은 모임은 실제 삶 속에 믿음과 사랑의 나눔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고, 정이 오가는 작은 세미나. 2014년에는 어떤 주제로 열릴지 벌써 기다려진다.
윤필교(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