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최악 유혈사태… 교회 40여곳 불타

입력 2013-08-18 19:08


콥트교회 교황 “예배당 파괴 불구 크리스천, 더 큰 결속·이웃 사랑을

이집트 고유 기독교 분파인 콥트교회와 현지 기독교인들이 최악의 유혈사태 속에서 공격을 당하는 가운데 세계교회를 향해 기도를 부탁했다. 현지 교회들에게는 결속과 이웃 사랑을 강조했다.

콥트교회 교황 타와드로스 2세(사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콥트교회는 이집트 땅에서 벌어지는 애석한 사태들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테러리스트들과 무장폭력 세력에 대항하는 이집트 국민들과 보조를 같이 한다”고 밝혔다.

타와드로스 교황은 이어 “현 사태는 무슬림 형제단과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의 선동과 폭력이 원인이 된 측면이 많다. 콥트교인들은 예배당이 파괴되는 것을 이집트 회복을 위한 희생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현지 신문인 ‘마스리 알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현지 콥트교회와 이집트성서공회, 개신교회 등은 이번 군부의 강경진압으로 무슬림 형제단 소속 이집트인들이 희생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지난 6주간 무슬림 형제단이 공공장소를 점거하고 폭력 행위를 이어온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세계교회를 향해 “사태를 정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으며 이집트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중동의 기독교위성TV SAT-7이 보도했다.

SAT-7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부터 격화된 소요 사태로 지금까지 40여개의 교회와 3개의 이집트성서공회 소속 기독교서점, 3개의 기독교학교, 보육원이 불타는 등 피해를 입었다.

콥트교회는 이에 굴하지 않고 신앙적 결속을 다짐하고 있다. 타와드로스 교황을 비롯한 이집트성서공회 라메즈 아탈라 사무총장, 이집트 최대 장로교회인 카스로두바라교회 파에즈 이샤크 목사 등 교계 지도자들은 “교회 건물이 진정한 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이 교회”라며 ‘신앙 안에서의 하나됨’을 강조하고 나섰다.

기독교인들은 소용돌이 속에서도 온건한 무슬림 이웃을 향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AT-7이 공개한 사진에는 주택가 담벼락에 ‘너의 적들을 사랑하라’ ‘우리는 기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등 기독교인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도 있었다.

8300만명 이집트 인구 중 콥트교회 등 기독교인 인구는 830만명으로 추산된다. ‘콥트(Copt)’는 ‘이집트’란 뜻으로 사도바울과 전도여행을 했던 마가가 알렉산드리아에 교회를 세운 이후 유래됐다. 혹독한 로마의 박해를 거치면서도 사막의 수도원 유산과 콥트어 신약성경 등을 남겼다. 7세기에 이집트가 이슬람화 되면서 약화됐지만 신앙을 지켰고 역사적 격변기에도 핍박을 견디며 1900년 기독교 역사를 지켜왔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