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부 마지막 소원이었던 통일을 위해 기도”
입력 2013-08-18 18:46
외국인 첫 ‘이달의 독립운동가’ 호머 헐버트 박사 증손자 킴벌 헐버트
지난달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호머 헐버트 박사의 증손자 킴벌 헐버트(35)씨는 “많은 한국인들이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존경을 표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나도 한국의 통일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부터 1주일간 한국을 방문한 그를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킴벌은 “증조할아버지가 남긴 사진과 편지, 책을 통해 한국에서 많은 일을 하셨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지금도 잊지 않고 존경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헐버트 박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한국을 사랑한 인물이었다. 1886년 23살의 나이로 고종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와 조선의 국권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종은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할 밀서를 그에게 맡기고 네덜란드 헤이그에 밀사를 보내기 앞서 현지에 파견했다. 헐버트 박사는 1949년 국빈 자격으로 초청 받아 군용선을 타고 이 땅에 돌아와 양화진에 묻혔다.
-이번 방문은 어땠나.
“원더풀했다. 흥분할 정도였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할아버지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광복절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독립유공자 후손 자격으로 보신각 종을 친 것도 큰 영광이었다.”
-어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나.
“한국 교과서에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고, 헤이그에서는 일본과 신경전을 벌이며 고종 황제의 밀사를 도왔다고 한다. 문경새재에 갔더니 할아버지가 문경 아리랑을 처음으로 서양식 악보로 기록했다는 기념비가 있었다. 그 곳이 너무나 아름다워 다음에는 꼭 걸어서 올라가고 싶다.”
-증조부인 헐버트 박사는 당신에게 어떤 분인가.
“그 분의 삶은 내게 영감을 준다. 자신의 믿음을 가지고 한민족의 독립이라는 위대한 목적을 위해 헌신하셨다. 그 목적은 너무나 훌륭하게 이뤄졌다.”
-가족들과 할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하는가.
“교회에 다니면서 할아버지의 정신을 나도 배웠다. 할아버지께서 하신 모든 일은 기독교 신앙에 따라, 신앙 위에서 하신 일이다. 집안의 어르신들이 할아버지의 개인적인 면모에 관해 얘기해 주시곤 했다.”
-한국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정말 감사하다. 고맙다. 한민족의 통일을, 헤어진 가족의 재결합을 위해 기도하겠다.”
헐버트 박사 기념사업회의 김동진 회장은 “한반도의 통일은 헐버트 박사의 마지막 소원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킴벌씨는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글·사진=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