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숙인축구팀, 응원은 우승”… 굿피플·한인교회 등 헌신적인 지원으로 더 빛나
입력 2013-08-18 18:47 수정 2013-08-18 20:04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이번에도 승전고를 울리는데 실패했다. 독일 불가리아 핀란드 같은 유럽팀은 물론이고 아시아의 필리핀 캄보디아 팀에게도 무릎을 꿇었다. 폴란드 포즈난에서 18일 폐막된 ‘2013 홈리스 월드컵’의 성적이다(사진).
“성적으로는 한국이 꼴찌에 가깝지만, 실질적으로는 우승팀”이라고 포즈난 현지의 굿피플 안익선 전략기획실장은 말했다. 59개 나라에서 참여한 올해 대회에서 매 경기마다 교민의 응원을 받은 팀은 한국 뿐이었다. 포즈난 한인교회와 삼성전자 현지공장 직원들로 이뤄진 응원단은 태극기를 흔들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한국팀이 출전할 때마다 경기장에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졌다.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말춤을 췄다. 한국 응원단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선수들을 승용차에 태워 현지 관광은 물론 회식까지 책임졌다. 주최측이 빵을 제공하는 아침과 점심 식사 때도 주먹밥과 김밥, 홍삼 음료와 꿀물을 준비해왔다. 한 노숙인은 “내가 박수와 응원을 받아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매일 경기장을 찾아와 우리를 응원해주는 한국인 꼬마에게 꼭 골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홈리스 월드컵은 전세계 노숙인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되는 행사다. 2010년부터 참가해온 한국은 올해 서울 노숙인 축구팀과 빅이슈코리아 판매원을 대상으로 자활 의지가 강하고 축구에 재능을 갖춘 이들을 대표로 선발했다.
한국이 속한 F조는 지옥의 조였다. 지난 대회 우승팀인 칠레와 불가리아,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같은 조였다. 안 실장은 “다른 나라 출전팀은 청소년 홈리스를 중심으로 길게는 1년 이상 대회를 준비해온데 비해, 한국팀은 일용노동을 해가며 3개월 연습한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한국팀은 매 경기 득점을 하며 많게는 5점까지 올리기도 했지만 뒷문을 잠그는데 실패해 1승도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20점차로 지곤 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기량이 향상된 것”이라고 안 실장은 설명했다. 한국 대표팀은 21일 귀국한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