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끊임없는 유혈충돌… 내전사태로 번지나

입력 2013-08-18 18:30 수정 2013-08-19 00:47

이집트 군부가 반정부 이슬람주의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3일 만에 800명 이상 사망했다. 정부는 시위 주도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규정하며 타협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집트 안팎에서는 이번 유혈사태가 정치적 출구를 잃고 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노의 금요일’로 예고된 16일(현지시간) 이집트 곳곳에서 시위대는 군경과 극렬히 대치하며 또다시 사상자를 냈다. 무슬림형제단은 전날 군부의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었다.

군부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금요기도회가 끝난 이날 오후 수도 카이로의 람세스 광장에는 수천명이 모여들었다. 시위 행렬이 각지에서 광장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군부 반대 구호를 외치며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권을 요구했다. 지난 14일 군부 진압으로 숨진 희생자와 무르시의 사진이 등장했다. 군경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총격전도 벌어졌다.

유혈사태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시위대 700여명은 16일 람세스 광장 인근 이슬람 사원으로 피신해 밤새 군경과 대치했다. 일부 무장세력은 사원을 포위한 군경에 총격을 가했다. 군경은 17일 사원을 기습해 시위대를 해산하고 385명을 체포했다.

이집트 보건부는 이번 진압 과정에서 17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14일 농성장 해산 과정에서 숨진 638명을 포함하면 정부가 3일간 확인한 사망자만 최소 811명이다. 2011년 초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퇴진할 때까지 18일간 지속된 시위에서 죽은 사람 수(840여명)에 육박한다. 무슬림형제단이 주장하는 사망자 수는 2600여명이다.

무스타파 헤가지 대통령 정책고문은 기자회견에서 무슬림형제단과 정치적 분쟁이 아니라 테러리즘 및 반역과 전쟁을 하는 것이라며 무력진압을 정당화했다. 이집트 내각도 성명에서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리스트로 표현했다. 하젬 엘 베블라위 총리는 사회연대부에 무슬림형제단을 해체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지시했다.

군부의 강경 진압이 계속되는 가운데 무르시 지지 세력인 이슬람주의자들은 기독교인들을 공격했다. 이들은 프란치스코회 소속 학교에 불을 지르고 수녀 3명을 전쟁포로처럼 일렬로 세워 행진하게 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14일 이후 약탈이나 방화 등 공격을 받은 교회는 약 70곳에 달한다.

독일의 귀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은 17일 베를린에서 카타르의 칼리드 알아티야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들에게 “이집트의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이집트의 위기는 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미국도 이집트가 시리아의 전철을 밟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시리아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던 평화시위가 정부군의 과잉 대응으로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내전으로 번졌다.

이집트 당국은 18일 새벽 아시우트와 수에즈, 룩소르 등지에서 무슬림형제단 간부와 조직원들의 집을 급습, 300여명을 폭력 조장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카이로에서 열기로 한 대규모 시위를 안전상 이유로 취소했다.

한편 지난 14일 유혈사태를 책임질 수 없다며 부통령직을 사임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는 오스트리아행 비행기를 탔다고 국영 EGY뉴스가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