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타임 요금 대폭 인상…기업들 아낀 전기 되판다

입력 2013-08-18 18:25 수정 2013-08-18 22:51


지난 12∼14일 사상 최악의 전력위기를 겪은 정부가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꺼냈다. 기업이 전기를 저장했다가 쓰도록 유도하고, 아낀 전기를 되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력 정책의 패러다임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또 전기 절약·저장을 유도하기 위해 낮·밤 시간대 전기요금에 큰 차이를 두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창조경제 시대의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에너지 수요관리 신시장 창출방안’을 마련하고 18일 발표했다. 수요관리 시장이 활성화되면 일자리 1만5000개가 생겨나고, 최대 100만㎾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고 본다.

◇피크시간 전기요금 올려 전기 저장 유도=정부는 먼저 수요가 적고 값이 싼 밤 시간대 전기를 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로 돌리기로 했다. 이렇게 하려면 전기를 저장했다가 나중에 쓸 수 있는 설비가 필요하다. 리튬이온 2차 전지를 활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바로 그것인데, 지금까지는 경제성이 부족해 도입한 업체가 많지 않았다. ESS는 초기 투자비용이 비싸 투자비 회수까지 대개 12∼13년이 걸린다.

정부는 기업의 ESS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낮·밤 시간대 전기요금 차이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피크시간대(오전 10∼12시, 오후 2∼5시) 요금을 비싸게 받을 경우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ESS를 도입하게 된다는 것이 정부의 예상이다.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은 오는 10월 발표된다. 정부는 대규모 민간사업장 30여곳과 공공기관 1800여곳에 ESS 설치를 주문할 계획이다.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한 이유는 공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가 갈수록 폭증하는 수요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00∼2010년 우리나라 연평균 전력소비 증가율은 5.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0%)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보통신기술로 ‘창조 절전’=정부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 활성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보급, 스마트플러그 확산 등 ICT에 기반한 절전을 유도할 계획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와 맥이 닿는 정책이다.

EMS는 건물이나 공장에 설치돼 전기와 열, 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앞으로 연면적 1만㎡ 이상 공공·민간 신축 건물과 에너지다소비 건물에서 EMS 설치가 권장된다. 쓰지 않는 가전제품의 전원을 끊거나 전기사용량을 측정·제어하는 스마트플러그의 보급도 확대된다.

정부는 ESS, EMS 등으로 아낀 전기를 거래할 수 있는 수요관리자원 시장을 조성키로 했다. 전기를 교환가치가 있는 자본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SS·EMS·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신규 투자를 유도하면 2017년까지 3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수요관리시장 창출로 일자리 1만5000개와 70만∼100만㎾의 전력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