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휴가 못가는 장관들… 실·국장은 볼멘소리
입력 2013-08-19 00:44
기록적인 폭염이 막바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맘 편히 여름휴가를 다녀온 경제장관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18일 현재 대부분의 경제부처 장관들은 휴가를 가지 못했다. 19일부터 을지연습이 시작되고 경제장관회의와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이 본격 소집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휴가를 못 쓴 장관들은 사실상 이번 여름을 휴가 없이 지내는 셈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차례 휴가 계획을 잡았지만 모두 불발됐다. 지난달 말 처음 계획했던 휴가는 1차 투자활성화 대책 현장 점검에 밀렸다. 두 번째 시도는 징검다리 휴일에 낀 이달 16일 하루 휴가였지만 이마저 취소됐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주말에 붙여 휴가를 내려고 했지만 집중호우 피해를 당한 경기도 이천과 여주 등 특별재난지역을 돌아봐야 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여름휴가인 1∼3일을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밀양에서 보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가족과 함께 이달 7∼9일에 휴가를 보냈지만 국토부 관련 현안이 불거진 지역을 찾아 현장을 방문했다. 장관급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과 5일에 휴가를 냈지만 이틀만 쓰고 5일에는 직원들 몰래 출근해 밀린 업무를 정리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달 31일부터 3일 동안 휴가를 내놓고도 청사에 나와 업무를 봤다.
공직 사회에서는 경제장관들이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장관들이 휴가를 가지 않으면 실·국장급은 물론 일선 직원들까지도 편하게 휴가를 가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과제로 장시간 근로 문화 개선을 내걸고 공공부문부터 연가사용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면서 “장관들이 차라리 솔선수범해 휴가를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