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억지 무상복지는 빚 늘리고 미래의 재앙될 뿐

입력 2013-08-18 18:05

국채와 특수채 발행잔액이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었다. 국채와 공기업 등 정부투자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보증하는 채권으로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현재의 우리가 잘 먹고 잘 살자고 후손들에게 빚더미를 떠안기는 꼴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국채와 특수채 발행잔액 합계는 2007년 말 395조원에서 지난해 말 731조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16일 기준 800조3421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국채 순발행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늘었는데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한 탓이 크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이지만 공사채는 빠진 것이라 특수채를 포함하면 이탈리아, 프랑스 등 국가들과 큰 차이가 없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나라 곳간 사정은 생각지 않고 복지정책을 늘리다 빚더미에 앉게 된 국가들의 말로를 생생히 보여준다. 수백년 문화유산을 파는가 하면 구제금융의 대가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치르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봤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대규모 재정을 수반하는 무상복지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어 나라 곳간이 비는 것은 시간문제다.

무상복지 정책은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 부족으로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경기도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무상급식 지원 예산 860억원 전액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재정자립도가 88.5%인 서울시마저 무상보육비 부담률(80%)이 너무 높다며 올 하반기 보육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채 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가 규모가 커지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복지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 중도에 그만두거나 다른 복지를 피폐하게 만드는 복지정책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고교 무상교육’은 일선 교사 74%가 아직 시기상조라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빚으로 감당하는 무상복지는 후세들에게 재앙이다. 복지정책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