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사업, 美 F-15SE 단독 후보

입력 2013-08-18 17:58 수정 2013-08-18 22:15


8조3000억원이 투입돼 60대의 전투기를 구매하는 차기 전투기(F-X) 사업 최종 기종으로 미국 보잉의 F-15SE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방위사업청은 18일 “지난 16일 마감된 최종 입찰에 참가해 총사업비 한도 내 가격을 써냈던 2개 업체 중 1개 업체가 상호 합의한 조건을 임의로 변경해 이를 근거로 가격을 제시했다”며 “해당 업체는 부적격 처리하고 나머지 1개 업체만 적격으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적격 처리된 업체는 유로파이터를 후보 기종으로 내세운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F-15SE가 다음달로 예정된 방추위에 단독 후보로 상정된다. 지난 1년 6개월간 F-15SE와 유로파이터, 록히드마틴의 F-35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결국 가격 조건을 충족시킨 F-15SE가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종 기종 선정권을 가진 방추위가 단독 후보로 올라온 F-15SE에 대해 조건부 의결을 하거나 원안 부결을 할 수도 있어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방사청 관계자는 “기존에 검토된 3개 기종 모두 군의 요구 성능을 충족한 상태여서 원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공군은 현재 운용되는 노후 전투기 F-5E/F가 순차적으로 도태되고 있어 이번에 기종 선정이 되지 않고 다시 사업을 시작할 경우 차기 전투기 전력화가 적어도 6개월 이상 늦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로파이터의 EADS는 사업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조건을 임의로 조정했다가 탈락하게 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리는 복좌기(조종석 2개) 15대가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EADS는 6대만 가능하다고 했고, 그간 협상해온 것과 달리 새로운 무장 및 임무장비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개량해 달라는 부분도 제외했다”고 말했다. EADS 측은 “복좌기는 단좌기에 비해 가격이 비싸 예산 범위에 맞추기 위해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유력 후보 기종이었던 F-35 역시 가격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탈락했다.

F-15SE는 우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F-15K에 첨단 레이더를 장착하고 동체 전면에 스텔스 도료를 칠하고 내부 무장창을 달아 스텔스성을 가미했다. 하지만 F-15SE도 일부 사항을 제외시키는 최대한 ‘가격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F-15SE가 사실상 레이더만 신형으로 바꾼 ‘F-15K의 성능 개량판’으로 5세대 전투기를 구입해 우리 공군의 전투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당초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싼 값에 4세대 전투기를 구입하는 꼴이 된다는 비판이다.

군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공군의 전력 공백을 감안해 F-15K를 일정 대수 우선 도입하고 스텔스 성능을 완전히 갖춘 5세대 전투기가 나오면 그때 가서 분할 구매하는 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