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윤리경영·사회공헌 정착… 獨대기업 ‘신뢰’를 쌓는다
입력 2013-08-18 18:02
독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에는 정직과 신뢰, 준법, 진정성이라는 가치가 내재돼 있다. 불법·편법으로 얻은 이익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교훈을 수백년 기업 전통에서 체화했다. ‘제품이 아닌 신뢰를 판매한다’는 자부심도 깔려 있다.
독일 최대 전기·전자기업인 지멘스의 한스 요르그 그룬트만 CCO(최고준법책임자)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준법을 바탕으로 한 윤리경영은 기업 성장에 도움을 준다”면서 “사회적 책임 활동은 기업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고 강조했다.
독일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익의 일부를 공익을 위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은 의무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법을 어긴 기업들이 시장으로부터 도태된 사례들이 산 교훈으로 남아 있다.
독일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독일 국민들은 대기업을 신뢰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들은 더욱 사회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10년 10월 국가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액션 플랜’을 도입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국제사회에서 독일 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이다.
독일 기업들이 장애인 채용 비중을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0년 기준으로 직업을 가진 장애인은 90만4000명으로 2005년보다 약 17% 증가했다.
독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 150여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회사인 바이엘은 교육, 건강, 환경보호 등 300여개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며 매년 4500만 유로(668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벡터그룹은 대학 후원, 극빈자 지원 등 100여개의 사회 환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멘스는 사회적 책임 활동을 평가하면서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동병원 사업을 통해 진료한 인원 수, 정수장 건설을 통해 공급했던 깨끗한 물의 양 등 객관적 수치도 중시한다. 동시에 이들 사업의 궁극적 목표인 질병예방,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복구, 주민들의 재활 가능성 등 근본적 가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독일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사회로부터 얻은 것이 있으면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보여주기식 활동이 아니라는 점이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이유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