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KPGA’ ‘다이내믹 코리안 투어’… KPGA ‘부활 샷’
입력 2013-08-18 17:18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지만 프로스포츠에서 만큼은 전 세계적으로 남성스포츠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종목에서 여성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하지만 프로골프는 예외다. 최근 들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대회개수나 상금규모면에서 남자프로골프(KPGA)를 능가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KLPGA 투어 대회는 26개(총상금 171억원)인데 비해 KPGA는 14개(112억)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투어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남자프로선수들은 종종 “여자들
의 기세에 눌려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푸념하곤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KPGA(회장 황성하)가 제2의 도약을 다짐하고 나섰다. 협회는 남자프로대회를 떠난 팬들과 스폰서들을 다시 모으기 위해 ‘다시 뛰는 KPGA’와 ‘다이내믹 코리안 투어(Dynamic Korean Tour)’ 2개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선수들도 이같은 캐치프레이즈가 담긴 배지를 모자에 달고 경기에 출전하면서 동참하고 있다.
◇프로암 참가자에게 감사카드=KPGA는 본 대회에 앞서 프로암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로 하여금 함께 경기를 한 아마추어 동반자를 위해 원포인트 레슨과 감사카드를 쓰게 하고 있다. 사실 남자프로대회에 스폰서가 외면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프로암대회를 꼽는 경향이 있다. 여자선수들은 프로암 참가자들을 위해 살갑게 레슨도 해주면서 스킨십을 쌓는 데 비해 남자프로들은 뻣뻣하게 자기 경기만 해 초청자들이 재미없어 한다는 얘기가 종종 있었다. 프로암에 초청된 아마추어들은 사실 대회 스폰서이거나 대회 개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인사들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 점에 착안, KPGA는 프로암 경기 중 아마추어 참가자들의 장단점을 메모한 뒤 경기 뒤 선수들이 직접 감사카드에 꼼꼼히 적도록 해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난 6월 제1회 해피니스 광주은행 오픈 프로암에 참가했던 김형성(33·현대하이스코)은 “프로암 대회마다 개인적으로 선물을 준비해 아마추어 분에게 드렸다. 하지만 KPGA 차원에서 모든 프로 선수들이 KPGA 기념품을 주고, 감사카드를 작성해 드리니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말했다.
가장 꼼꼼하게 동반자들의 장단점을 카드에 적는다는 강욱순(47) 협회 부회장은 “프로선수는 대회 스폰서의 고마움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프로암 대회는 선수들이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챔피언과 라운딩을=대회 우승자가 직접 추첨으로 뽑은 갤러리 당첨자와 함께 라운딩 기회를 갖도록 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팬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광주은행 오픈에서 통산 9승째를 달성한 강경남(30·우리투자증권)이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지난 6월 대회장이던 해피니스골프장을 찾은 강경남은 당첨된 갤러리 및 동반자와 라운딩을 하면서 원포인트 레슨과 함께 주요 홀에서 우승당시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강경남은 “KPGA 코리안투어의 도약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선뜻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행운의 주인공 조용윤(46)씨는 “세심한 부분까지 레슨해주는 강 프로에게 감동받았다. 강 프로의 팬이 됐고, 코리안투어의 팬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경남에 이어 강욱순(SK텔레콤 오픈 국내선수 최상위자) 류현우(매경오픈 챔피언)도 7월에 제주핀크스골프장과 남서울골프장을 각각 찾아 당첨된 갤러리와 라운딩을 가졌다.
◇선수에게도 자긍심을=KPGA는 소속 선수들을 위해 명함을 제작해 배포했다. 잘 나가는 선수들은 별도 소개를 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아보지만 중하위권 선수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 프로야구단인 NC에서 선수 명함을 만든 전례가 있지만 골프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 박호윤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명함지참으로 자신과 코리안투어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선수들이 투어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으로 보여 투어의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선수회도 이에 부응해 지난 8일부터 전남 해남에서 열린 솔라시도 파인비치 오픈에서 비닐봉지를 지참해 경기중 발생하는 쓰레기를 줍는 이색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8월에 열린 3개 대회에 김경태, 김형성, 류현우, 조민규, 황중곤, 이경훈 등 일본에서 뛰고 있는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