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8월에 웬 일본 작가 전시?
입력 2013-08-18 17:13
지방 두 곳서 열리는 전시, 미술계 안팎 화제와 논란
지방 두 곳에서 열리고 있는 두 전시가 미술계 안팎의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나는 대구 수성구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일본 현대미술의 거장 구사마 야요이(84) 개인전이고, 다른 하나는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2013평창비엔날레다. 각각 “광복절이 있는 8월에 무슨 일본 작가 전시냐?” “비엔날레 공화국에 또 비엔날레냐?”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개막 한 달을 맞은 두 전시의 명암을 살펴본다.
대구미술관의 ‘구사마 야요이, A Dream I Dreamed’ 전에는 작가의 신작 회화를 비롯해 판화·조각·설치·영상 등 100여점을 내놓았다. 출품작들은 작가 소장품이 대부분이다.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인 김선희 관장과 구사마의 친분으로 전시가 성사됐다. 전시 전에는 주민들의 반응이 어떠할지 반신반의했으나 개막되자마자 ‘대박’이 터졌다.
하루에 100명도 찾지 않던 한적한 미술관에 평균 3000명 넘게 몰려들면서 전시 개막 한 달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고흐나 고갱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화가도 아닌데 주말이면 한두 시간을 기다려 입장할 만큼 인기가 높다.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거나 나이 많은 부모를 모시고 가족 단위로 찾는 관람객들이 많다. 대부분 시원한 미술관에서 하루 종일 피서를 즐기는 셈이다.
서울 경복궁 앞에 전시안내 깃발을 내거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홍보도 주효했다. 미술관 측은 “서울과 부산에서도 관객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기획력과 콘텐츠만 좋다면 지방 미술관도 관객몰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이해는 뒷전이고 전시장이 마치 놀이터처럼 변해버린 것은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11월 3일까지. 관람료 2000∼5000원(053-790-3070).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최되는 2013평창비엔날레(예술총감독 안광준)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와 동해 망상앙바엑스포전시관에서 112명의 작가, 16개 퍼포먼스그룹의 260여점을 선보인다. ‘관객 친화적인 비엔날레’ ‘신진작가 발굴의 장’을 기치로 내걸어 권위적인 정통 비엔날레의 틀을 깨겠다고 선언했다. 작품도 추상·개념적인 것보다 구상과 미디어아트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복합리조트인 알펜시아를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피서를 겸한 예술 감상으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망상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도 첨단 테크놀로지를 동원한 다양한 기법의 전시작품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대중성은 어느 정도 확보했으나 작품성 면에서 국제전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엔날레 준비기간이 2개월에 불과해 급조된 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2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평창비엔날레는 당초 200만명 관람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피서객 400만명 가운데 절반만 찾아와도 최대 200만명이 관람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10분의 1도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화올림픽 이미지를 위해 비엔날레를 마련했다면 관람객 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기획과 작품 확보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31일까지 무료 관람(033-240-139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