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방송의 적’으로 예능 대세 떠오른 박준수 PD… “밀알된 이적 덕분에 존 박 꽃피워”

입력 2013-08-19 02:02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출신인 가수 존 박(25)이 바보 같은 행동을 하고, 서울대 출신의 가수 겸 작곡가 이적(39)은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쓴다. 영화감독 류승완, 만화작가 강풀, 교수 진중권, 가수 유희열 장호일, 배우 조여정 등이 출연해 까다로운 성격을 보이고 숨겨왔던 B급 취향을 공개한다.

지난 14일 종영한 케이블 채널 Mnet의 예능 프로그램 ‘방송의 적’은 이적과 존 박이 버라이어티 쇼 ‘이적 쇼’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정 하에 일어나는 상황을 리얼하게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다” “말도 안 되는데 웃기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 상반기 대세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 상암동에서 ‘방송의 적’ 마지막회 방영을 앞두고 만난 박준수(35) PD는 “‘방송의 적’다운 마무리를 했다”며 “한 신(scene) 한 신 힘들게 찍었던 생각이 나지만 잘 털어낸 느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출연해준 카메오 한 분 한 분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며 “특히 강풀 작가가 기억에 남는데 직접 류승완 감독에게 전화해 섭외를 도와주기도 했었다”고 기억했다.

총 12회가 방송되는 동안 주요 출연자인 이적보다 오히려 존 박에게 관심이 쏟아졌다. 바보 같다는 의미의 ‘덜덜이’란 별명을 얻었고 ‘예능 천재’로 거듭났다. 박 PD는 “완벽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는데 촬영에 들어가면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제작진이 고마웠던 적이 많다”며 “이적에겐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많은 카메오가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제작진이 ‘이적의 이름을 팔았기 때문’이었어요. 이적은 밀알이 돼 존 박이라는 꽃을 피운 거죠.”

종영까지도 시청자들은 ‘방송 내용 중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헷갈려 했다. 이적과 존 박이 워낙 생생하게 거친 농담을 던지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박 PD는 “출연자들은 대본 내용을 토대로 자기의 뉘앙스에 맞춰 연기했다”며 “시청자가 진짜든 가짜든 자기 주관대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UV 신드롬’ ‘음악의 신’ 등 거짓말을 코드로 한 박 PD의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주목을 받으면서 그를 좋아하는 마니아도 생겼다. 그는 “예능 PD에게 마니아층이 생긴다는 것은 부끄러운 수식어일지도 모른다”고 겸손하게 말하면서 “그래도 싫지는 않다”며 웃었다.

그는 다음 작품을 고민 중이다. “하고 싶은 것은 ‘방송의 적’을 통해 다 해본 것 같아요. 시청률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고정 시청자가 있는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어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