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토마스 가이어 “獨 기업 기본정신은 정직·신뢰”

입력 2013-08-18 18:16


한독상공회의소 회장·벡터코리아 대표

‘정직과 신뢰.’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인 토마스 가이어(사진) 벡터코리아 대표는 독일 기업에 흐르는 상생과 윤리경영의 기본 정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가이어 회장은 “벡터그룹의 경우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첫 번째 덕목이 신뢰(trust)”라며 “직원들과의 신뢰, 고객과의 신뢰 형성은 물론 거래처와도 상호 신뢰에 바탕한 ‘공정한 동반자(fair partnership)’가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독상공회의소는 독일과 한국 간의 경제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조직으로, 양국 기업 540곳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가이어 회장으로서는 양국의 기업과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도 그는 한국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장모가 파독 간호사 출신으로, 아내가 한국에서 태어난 독일교포다. 2011년에는 외국인 모범 투자가로 뽑혀 법무부로부터 영주권 자격도 얻었다. 그런 그에게 최근 한국의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대해 질문하자 또렷한 우리말로 “갑을, 잘 알고 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가이어 회장은 갑을관계 등 상생 문제를 포함해 한국 대기업이 독일 대기업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를 공익 우선의 전통 부재에서 찾았다.

“기업들이 사회에 어떻게 공헌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독일 기업들은 사회로부터 얻은 것이 있으면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벡터그룹도 대학 후원, 극빈자 지원 등 100여개의 사회 환원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같은 자세는 이윤 추구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절약하고 타인에게 베풀 것을 강조하는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무관하지 않다. 독일이 종교개혁의 발상지인 만큼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의식이 기업들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것이다. 가이어 회장은 “예컨대 독일 기업은 세금 회피나 탈세를 생각할 수도 없다”며 “성경에서 납세가 당연한 의무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벡터그룹이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차량 네트워크 솔루션 분야 세계 1위이면서도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이어 회장은 “벡터의 창업자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독일 남서부지역 사람”이라며 “번 만큼만 쓰고 은행 빚을 지지 않는다는 게 창업자의 의지”라고 소개했다. 은행이나 주식을 통한 외부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한 단계씩 견실하게 성장하겠다는 독일 특유의 기업철학의 발로인 것이다.

글=권혜숙 기자, 사진=이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