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목사의 시편] 조자룡에게서 받은 감동

입력 2013-08-18 17:08


언젠가 아내와 함께 ‘삼국지 용의 부활’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유덕화가 백전불패의 명장 조자룡 역으로 나오는데, 이 영화의 한 장면이 그만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조의 1만 대군에 밀려 후퇴하던 유비는 문득 핏덩이 어린 아들이 적진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조자룡은 자신이 홀로 유비의 어린 아들을 구하겠다고 나서는데, 그것은 생명을 건 사투였다. 홀로 말을 달려 결국 조조의 군대를 돌파한 조자룡은 천신만고 끝에 적진에서 울고 있는 유비의 갓난아기를 발견한다. 반가움도 잠시, 다시 적진을 뚫고 나갈 일이 꿈만 같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어린 아기까지 함께 돌파해야 한다. 어떻게 할까? 그 순간 조자룡의 행동이 내 눈에 심상찮게 다가왔다.

그는 어린 아기를 자신의 가슴에 붙이고 천으로 단단히 동여맨다. 압박붕대를 감듯 어린 아기를 자기 몸에 밀착시켜 그야말로 한 덩어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이제 누가 보더라도 어린 아기와 조자룡은 한 운명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는 다시금 말을 달려 적진을 돌파한다. 화살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달리고 또 달려서 결국 절벽에 이른 조자룡, 그는 신기에 가까운 말 타는 솜씨로 절벽을 뛰어넘어 적군을 따돌린다. 호탕한 웃음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며,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아기의 생명이다. 당연히 아기는 살아 있다. 왜냐하면 아기는 이미 조자룡과 한 운명체, 함께 죽고 함께 사는 한 운명체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갑자기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저렇게 구원받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핏덩이가 조자룡에 의해 적진에서 살아나온 모습,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신 방법 그대로였다. 하나님 아들이 이 땅에 와서 죄인들과 하나가 되어버렸다. 인간은 영적 시체다. 그의 십자가는 영적 시체와 한 운명체가 되겠다는 주님의 결심이다. 천으로 동여맨 정도가 아닌, 한 영으로 연합해버렸다. 이제 그를 믿어 연합된 자는 죽어도 그와 함께 죽고, 살아도 그와 함께 산다. 그러나 그분은 결코 죽음에 매일 수 없으셨기에 다시 사셨다. 그런데 그분만 사신 것이 아니라 그와 한 운명체가 된 우리도 함께 살아나게 된 것이다. 바로 영적 연합이다. 조자룡의 모습 속에 예수님의 얼굴을 본 듯했다. 옆에 있던 아내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내 마음은 내내 뜨거웠다.

얼마 전 가까운 분이 소천하신 후 위로 예배를 인도할 때 나는 그 영화에서 받은 감동, 예수님과 우리의 연합관계를 설명했다. “우리는 그분과 한 운명체랍니다. 우리는 그분과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요. 그러므로 그분이 멸망하지 않는 이상 우리도 멸망하지 않아요.” 불안과 두려움 가득했던 식구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내일 모레, 말기 암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 준비를 하시는 집사님을 뵈러 간다. 그의 손을 잡고 이 말씀을 전할 생각을 하니 세상의 모든 불안을 넘어가는 열쇠가 이미 우리 손에 있다는 확신이 새롭게 다가온다.

<서울 내수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