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자살예방시민연대’ 인천지부장 이철주 장로] “자살예방, 교회 관심 적어 안타깝다”

입력 2013-08-18 17:09


요즘 군대에선 후임병이 스쳐 지나가는 말로라도 “죽고 싶다”고 하면 비상이 걸린다고 한다. 만에 하나라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도록 가능한 모든 대책을 시행한다.

대한민국은 자살률 세계 1위다. 특히 청년층과 노인의 자살률은 평균보다 배 이상 높다.

자살예방시민연대 인천지부장 이철주(55)씨는 자살을 막는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그의 눈과 귀에는 지금도 죽음 앞에서 서성거리는 이들의 모습, 그들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인천 신호등교회(신철호 목사) 장로이기도 한 이 지부장을 18일 만나 교회가 자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저도 교회 장로지만 신앙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막다른 일이 닥치면 자살을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워요.”

한 남성단체 대표가 한강에 투신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자살 풍조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분이 꼭 죽으려고 뛰어든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어요. 어렵고 외로운 상황에서 나를 알아달라 호소하고 싶었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투신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여겼겠죠.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그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알려진 인물의 자살사건이 유사한 사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지난해 인천에서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던 여고생이 투신자살을 했는데, 3개월 뒤에 그 어머니도 딸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자살자 유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비율은 보통 사람의 6배나 높다고 합니다. 유명한 인물의 자살은 그를 알고 따르던 많은 이들을 유족과 같은 처지로 만드는 것이죠.”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숫자가 1만5900여명이다. 매달 1200명, 하루 40여명 꼴이다.

“요즘 중·고등학교 한 곳의 학생 숫자가 1200명 정도 됩니다. 매달 학교 하나가 없어지는 셈이죠. 엄청난 숫자가 아닌가요? 교회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임원을 지내고 퇴직한 그는 제2의 인생을 모색하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 여겨 자살예방 단체에 참여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살예방 강연을 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다 보면 복음을 전하는 것과 같은 열정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한다.

“학교와 군부대, 관공서에서는 강연과 교육을 많이 요청해 오는데 교회는 아직도 관심이 적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지부장은 교회가 생명살리기위원회 같은 모임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접근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특히 자살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노인, 그 다음으로 많은 청소년을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교회라고 그는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경제적인 것보다 외로움 같은 정서적인 이유가 더 큽니다. 교회가 어르신들을 찾아가 말벗이 되어드리고, 교회에서 소일거리를 만들어 제공하면 정말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느끼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청소년의 자살은 의외로 학교폭력보다는 가정문제나 외모, 사회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청소년에게 강연할 때는 체조선수 양학선이나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선수 모두 키도 작고 집안도 어려웠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성공을 이뤄냈다.

“양학선 선수와 메시 선수의 외모를 이야기하면, 청소년들이 눈을 번쩍 뜹니다. 그만큼 예민한 거죠.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교회가 참된 진리를 이야기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는 여름이 지나가는 것이 안타깝다. 통계적으로 가을과 겨울에 자살사건이 늘어난다. 그 전에 한 명이라도 더 만나 자살을 막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자기를 더 쉽게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게 됐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신을 잃어가고 외로워합니다. 교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글·사진=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