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어머니 같은 나의 고향” ‘선녀씨 이야기’로 연극 첫 도전하는 탤런트 임호
입력 2013-08-18 19:41
탤런트 임호(43)가 데뷔 20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드라마 SBS ‘장희빈’(1995)의 숙종, MBC ‘대장금’(2003)의 중종으로 ‘임금님 전문배우’로 기억되는 배우. 하지만 그에겐 늘 연극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며 연기의 매력에 빠졌던 그에게 연극은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상업 연극은 ‘선녀씨 이야기’. 지난해 제30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상(대통령상)·연출상·희곡상·연기대상·연기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임호가 맡은 종우는 스물다섯 살 때 집을 나가 15년 동안 가족을 찾지 않은 무심한 아들. 어머니의 임종을 끝내 지키지 못한 ‘못난이’다. 연극은 장례식장에서 그가 영정 사진 속 어머니를 대면하며 시작된다. 그를 16일 이 공연이 열리는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센터K 네모극장에서 만났다.
이날 첫 공연을 앞둔 그는 대본을 읽고 “울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생각할 때 모든 아들은 죄인인 것 같다. 특히 결혼을 했거나 앞둔 무렵, 아들이 느낄 수 있는 죄스러움이 묻어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부조리극 같은 고차원적인 작품도 아니고 잘못하면 신파가 될 수도 있지만 뭔가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반에 어머니의 영정을 본 종우가 “엄마, 내 엄마 얼굴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는 대사가 있는데 가슴 한쪽이 시큰해졌다고 전했다.
실제 그의 어머니도 극중 ‘선녀’처럼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며 자신의 삶은 살지 못했다. “어머니는 남편은 작가(임충), 아들은 연기자라 두 사람 수발을 들면서 일생을 다 보내셨죠. 아버지가 늘 집에서 집필을 하셨으니 어머니는 편하게 쉴 시간이 없었죠.”
마흔이 되던 2010년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그는 결혼 후 철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혼 후 정서적으로 풍부해졌을 뿐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넓어졌다. “제 자신이 아빠가 되면서 부모는 내게 어떤 존재였나를 돌아볼 무렵 만난 작품이지요. 그런 만큼 극에 임하는 의미가 컸습니다.” 주제는 무겁지만 연극은 ‘극중극’과 ‘인형극’ 형식을 빌려 비교적 발랄하고 가볍게 진행된다.
대학로에 와보니 생각보다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이 공연이 열리는 극장도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4층 공연장까지 엘리베이터도 없다. 그는 “연극을 하면서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돈 까먹고 부모님 용돈 받아가면서 연극하다가 결국 안 되면 연극계를 떠나는 후배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주차 공간 부족도 문제다. “접근성이 뛰어나도 관객이 올까 말까인데 대학로는 차 있는 사람이 오기에는 너무 불편하다”며 “그러다보니 차를 안 가져와도 되는 관객의 입맛에만 맞춰 작품들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1993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임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대장금’과 MBC ‘대왕의 길’(1998)을 꼽았다. “‘대장금’은 노력에 비해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대왕의 길’은 ‘이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로 고생했지만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한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사도세자 역이었는데 작품은 잘 안됐지만 제가 배우로서 확 성장한 작품이라 애착이 크다”고 전했다. 9월 15일까지. 전석 5만원(1599-0701).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