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원세훈·김용판 증인선서 거부, 위증죄 처벌 피하기?
입력 2013-08-17 00:22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위증죄를 면하기 위해 증인선서를 거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인선서는 ‘증언에 거짓이 있으면 처벌을 받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들의 선서 거부 근거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증인은 선서, 증언 또는 서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그 이유는 소명해야 한다)와 형사소송법 제148조(누구든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조항이다. 원 전 원장 측 이동명 변호사도 “선서를 하면 진실을 얘기해도 위증했다고 고발될 빌미를 준다”고 했다.
실제 두 증인이 허위로 답변한 사실이 드러나도 선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증죄로는 추가 처벌받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야당은 “법의 허점을 이용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위 위원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위증을 작심하고 진실을 말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 증언 또는 감정을 거부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증언·감정 법률 제12조에 의거해 두 증인의 선서거부 정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고발하려면 여야의 정치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증인의 선서 거부는 2004년 국회 법사위의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 당시 기관증인이었던 송광수 검찰총장이 수사기관의 독립성 문제로 선서를 하지 않겠다며 여야에 양해를 구한 전례가 있으나 국정조사에선 사상 초유의 일이다. 1989년 12월 31일 ‘5공 비리 및 광주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증인석에 나가 손을 들지 않은 채 선서를 하기도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