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평화 위협하는 아베의 역사도발

입력 2013-08-16 19:14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폭주(暴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지는 않았지만, 패전일인 15일 그가 보여준 언행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자민당 총재특별보좌관을 야스쿠니에 보내 소위 ‘공물료’를 봉납했고, “참배하지 못한 것을 사죄한다. 야스쿠니에 대한 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나아가 일왕(日王)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 기념사를 통해서는 지난 20년간 일본 총리들이 표명해온 ‘근린제국에 대한 가해 책임에의 반성’이라는 표현을 아예 빼버렸다.

그가 패전 68주년을 맞아 침략전쟁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몰염치한 행위를 할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재집권에 성공한 배경부터 그렇거니와 지난 3월과 4월 “연합국 측이 승자의 판단에 따라 단죄했다”거나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그의 궤변이 대표적인 근거다. 이뿐이 아니다.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는 물론 일본군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는 점,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및 헌법 개정을 추진 중인 점 등도 역사 부정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아베는 일본 내의 우경화 바람을 의식해 일그러진 역사관을 고집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일본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당장 이웃해 있는 피해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지 않은가. 일본 정부가 군국주의의 부끄러운 역사를 직시하고 진솔하게 사죄했을 때 그나마 국제사회로부터 예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베는 유념해야 한다.

같은 날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오는 20일 뮌헨 인근의 다카우 수용소를 방문해 2차 세계대전 때 이곳에서 숨진 유대인들을 추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 총리로는 처음이다. 히틀러 정권이 세운 첫 수용소인 다카우 수용소에서는 4만여명이 희생당했다. 아베와 메르켈 가운데 누가 정도(正道)를 가고 있는지 국제사회는 분명히 알고 있다. 아베는 ‘가해자와 피해자는 천년이 지나도 변할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언을 흘려 들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