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분노의 금요일’ 시위… 곳곳서 유혈충돌
입력 2013-08-16 18:51 수정 2013-08-17 00:34
2011년 시민혁명 성공 이후 최악의 유혈참사로 번진 이집트 사태는 16일에도 계속됐다. ‘분노의 금요일’이라 불린 이날 낮 시위에서 경찰 1명을 포함, 최소 6명이 숨졌다.
무슬림형제단 게하드 엘하다드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하루 뒤 열릴 금요기도회 때 유혈진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선언하며 이날이 ‘분노의 금요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카이로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군대와 충돌했다. “쿠데타 세력이 자행한 범죄가 그들을 반드시 처단하겠다는 결심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무슬림형제단이 성명에서 밝힌 시위 재개의 변이다. 에삼 엘 에리안 무슬림형제단 부의장은 “시위대는 밤새도록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합법적인 통치가 회복될 때까지 전국에서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FP통신은 사망자 5명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지지자로 이스말리아 지역 수에즈카날시티에서 시위하다 숨졌다고 보도했다. 경찰관 한 명은 카이로에서 무장 시위대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이집트 국영 TV가 전했다. 이틀 전 벌어진 유혈사태를 ‘학살’이라고 규정한 시위대는 초반부터 격한 구호를 외치며 군부를 비난했다. 터키 이스탄불과 이스라엘 예루살렘 등 중동 곳곳에서는 시위대를 지지하기 위한 시위가 일어났다.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군부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군부는 15일 시위대에 대한 실탄 사용을 공식 인정하고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16일엔 시위 예고 장소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했다.
14일 참사의 사망자도 늘어났다. 현재 군부가 집계한 사망자가 638명, 부상자는 4000여명 선이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은 2600여명 이상이 사망하고 1만여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일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 대책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결의안이나 의장성명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안보리 순번제 의장인 마리아 크리스티나 페르세발 유엔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을 향해 “안보리는 이집트 모든 정파들에 폭력 사태를 중단하고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을 뿐이다. 공식 결의안을 내지 않고 의장의 구두 발언만으로 회의를 마무리한 것은 이번 사태를 두고 안보리 이사국 간 의견차가 상당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유럽연합(EU)은 16일 브뤼셀에서 고위급 외교관 회의를 열어 이집트에 원조중단 등 제재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정부는 자국 주재 이집트 대사를 불러 유감과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고, 터키는 이집트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