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민주당 “김용판 12월15일 靑근처서 의문의 점심”
입력 2013-08-16 18:22 수정 2013-08-17 00:29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16일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주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전 청장이 수사 결과 발표 전날 의문스러운 행적이 있었다는 점 등을 추가로 밝혀냈지만 결정적인 ‘한방’이 없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검찰이 무리하게 두 사람을 기소했다며 엄호에 나섰다. 청문회는 오전 10시에 시작돼 오후 11시30분을 넘어서야 끝났다.
◇김용판, 지난해 12월 15일 의문의 점심=경찰의 수사 발표를 하루 앞두고 김 전 청장의 수상스러운 행적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지난해 12월 15일 점심식사가 업무일지와 다르다”며 “정보부장 등 직원 12명과 먹었다고 돼 있는데 이분들은 청장과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청장이 청와대 근처 식당에서 4시간 동안 점심 식사를 했다며 수사 결과 발표를 놓고 국정원 등과 사전 공모한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문제의 식당으로부터 당일 김 전 청장을 포함한 7명이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식사했다는 내용의 예약접수증을 제시하며 “7명이 28만원을 결제했는데 1인당 3만5000원짜리 식사를 했으니 남은 3만5000원은 술이다. 소주 2병에 맥주 5병으로 소맥 폭탄주를 먹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종일관 당당했던 김 전 청장은 이 질문에만 당황한 듯 답변을 번복했다. 그는 “누구와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정치권 인사는 아니다”고 했다. 추궁이 계속되자 “결코 대선 기간에 어떤 정치인도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고 실제 만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원세훈, “대선 직전 권영세와 대화록 공개 상의”=원 전 원장이 지난해 12월 13일 박근혜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여부를 논의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그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로 국회 정보위원회가 열렸는데 계속해서 (대화록을) 공개하라는 입장이어서 (권 대사와) 상의를 했다”면서도 “개인적인 상의였고 (공개하라는 국회 요구가) 힘들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사는 18대 국회에서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냈으나 19대 총선에서 낙선해 국회의원이 아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엄청난 일”이라며 권 대사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원 전 원장은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해 누가 먼저 얘기했느냐”고 추궁하자 “대화록을 갖고 이 전 대통령과 얘기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대화록이 청와대에 전달된 경로에 대해서는 “2009년인가 그때쯤 아마 남북대화 이런 부분 때문에 그것을(자료 전달을) 했던 것 같다”면서도 “저는 다 읽어본 적도 없고 보고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댓글 작업이 조직적 선거 개입인지를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원 전 원장이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등을 통해 각종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한 반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의 댓글 작업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이는 대선 개입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원 전 원장은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노무현정권 시절에도 당시 국정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찬성, 남북정상회담 찬성 등 이런 정권 홍보 댓글 작업을 했느냐”고 질문하자 “그렇게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댓글 수사 축소 의혹” vs “검찰 공소장 전면 부인”=야당 의원들은 김 전 청장에게 지난해 12월 16일 오후에 전격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수사 개입·축소라고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검찰 공소장 전체 내용을 전면 부인한다”고 못을 박은 뒤 대부분 의혹을 부인했다. 대선 사흘을 앞두고 심야시간에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유에 대해선 “발표를 안 하면 몇몇 언론사에서 특종 보도가 나갈 수 있다고 해 그런 부분이 발표에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또 수사 발표를 전후해 국정원 박원동 국익정보국장과 수차례 통화한 의혹이 있다는 추궁에 “(경찰 발표 당일인) 16일 오후 한 차례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박 국장이) ‘경찰이 과연 이것을 분석해낼 능력이 있는지 의심의 얘기가 있고, 정치권 눈치 보느라 발표하지 않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권 대사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한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경찰 수사가 적절했다며 김 전 청장을 옹호했다. 오히려 민주당이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했다고 주장했고, 김 전 청장도 “당시 충분히 (감금이) 됐다고 보고받았다”며 동조했다. 이장우·김태흠 의원은 “제2의 병풍 사건”, “민주당의 실패한 정치공작”이라고도 했다.
청문회는 시작부터 여야의 막말과 고성이 이어졌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야당 의원들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검찰 공소사실보다 더 진전된 내용을 내놓지 못했다. 여당 측은 두 증인을 두둔하며 장시간 자기변호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임성수 김동우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