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토사구팽 느낌 안드나”… 원세훈 “그런 생각 없다”

입력 2013-08-16 18:22 수정 2013-08-16 21:48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16일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은 적극 해명했다. 그러나 민감하거나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원 전 원장은 오후 2시 청문회에 짙은색 양복과 검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출석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탓에 얼굴은 다소 수척해 보였지만 목소리는 또렷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상황을 감안한 듯 변호인 2명을 동반했다.

원 전 원장은 야당 의원들이 ‘원장님 지시·강조말씀’ 등을 근거로 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자 “종북좌파 척결에 방점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반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남재준 원장이 옳으냐는 물음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또 자신이 “정권이 바뀐 뒤 ‘토사구팽’됐다는 억울함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뜸을 들인 뒤 “그런 생각 없다”고 했고, “박근혜정부에 서운함이 없느냐”는 물음에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당초 원 전 원장은 건강상 이유로 지난 14일 청문회에 불출석했고, 21일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특위가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동행명령장을 발부함에 따라 이날도 불출석할 경우 국정조사 파행의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원 전 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심경을 주변에 말한 점으로 미뤄볼 때 설득해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 서울구치소로 찾아가 원 전 원장을 만났고, 출석을 이끌어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원 전 원장이 고혈압에다 수면장애까지 있어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 상황으로 어제도 10분밖에 못 잤다고 한다”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21일 청문회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국회 요구에 따라 오늘 출석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원 전 원장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함께 증인선서를 거부한 점 등을 들어 두 사람이 새누리당과 ‘짜고 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