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에 사고 책임 부담 떠넘기다 적발… 레미콘 업체 ‘갑의 횡포’ 시정명령
입력 2013-08-16 18:10 수정 2013-08-17 00:37
레미콘 업체들이 사고 발생 책임을 일방적으로 레미콘 차량 운전기사에게 덮어씌우고, 손해배상 부담을 운전기사에게 전가시키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삼표, 쌍용레미콘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레미콘 운전기사와 운반 계약을 체결하면서 ‘모든 사고의 책임은 을(운전기사)에게 있다’, ‘갑(레미콘 회사)이 입은 손해배상금 산정은 갑이 계산해 산정한 금액으로 갑에게 배상한다’ 등의 불공정 거래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들은 실제 사고가 났을 때 이런 불공정 계약에 의거해 사고차량 레미콘 기사에게 불이익을 줬다.
공정위 관계자는 “레미콘 차량 사고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고, 원인에 따라 책임소재가 달라질 수 있음에도 레미콘 업체들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운전기사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줬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레미콘 업계에 불공정 행위 재발방지를 위해 표준약관 제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업계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근본적 해결책은 표준약관을 제정하는 것인데 적발된 기업들이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갑의 횡포’ 아래에 있는 레미콘 운전기사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섰다. 국토해양위원회는 6월 국회에서 레미콘 업체와 운전기사 간 임대차 계약 의무화 등을 담은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상황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건설기계 업종 중 유일하게 레미콘 업계만 임대차 계약이 아닌 도급 계약으로 계약이 맺어지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레미콘 회사와 운전기사의 관계는 사업자 대 사업자의 평등 관계지만 실질적인 근무 형태와 조건은 레미콘 회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레미콘 운전기사들은 1회 운행당 2만8000~3만3000원 수준의 운송료를 받으며, 평균 월 소득은 200만~300만원이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