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바꿔줘” 고성·폭력… ‘정여사’도 울고갈 진상고객

입력 2013-08-17 04:45


최근 맥도날드 배달 직원이 고객에게 ‘침 뱉은 거 잘 먹었어?’란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건이 인터넷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직원의 황당한 행태에 비난이 쏟아지자 이번엔 고객들의 ‘진상’짓을 고발하는 종업원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50대 주부가 다짜고짜 찾아와 “왜 우리 아들의 주민등록증을 확인했느냐”고 따져든 것이다. A씨는 전날 그 아들에게 담배를 팔면서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요청한 터였다. 담배를 팔 때는 미성년자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주부는 “요즘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난리인데 어떻게 신분증을 함부로 보여 달라고 하느냐”며 난리를 쳤다. A씨는 “2년 전 가게를 시작할 때는 무조건 친절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가게 종업원도 사람인데 제발 진상 좀 부리자 말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7일에는 한 지하상가 잡화점에서 손님이 선글라스를 교환하러 왔다가 점원 따귀를 때리는 일이 있었다. 이모(43)씨는 사흘 전 구입한 선글라스에 긁힌 자국이 심하다며 교환을 요구하다 막무가내로 다른 선글라스를 집어가려 했고, 이를 제지하던 점원(26)의 뺨을 때린 것이다.

가구점 종업원 B씨는 지난달 22일 한 주부가 가게에 와서 “마음에 드는 의자가 없다”며 고성을 지르고 갔다고 털어놨다. 이 주부는 주변에 있던 식탁세트 상품을 가리키며 10만원을 깎아 달라고 요구했고 B씨가 거절하자 “손님을 무시하느냐”며 열을 올렸다고 한다. B씨는 “결국 사장님까지 출동했다. 날도 더운데 진상 손님들 때문에 괴롭다”고 푸념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편의점 진상 손님’을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글과 그림이 올라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급속히 확산됐다.

종업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진상 손님 대처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한 PC방 아르바이트생은 “짜파게티를 끓여내라는 손님이 있어 몰래 담뱃재를 뿌렸다”고 했고, 노래방 직원은 “마이크 성능이 안 좋다고 계속 야단치는 손님에게 추가 시간을 3분, 5분, 4분씩 찔끔찔끔 나눠서 넣어줬다”고 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