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한국전 참전용사들 “시각장애 老兵에 평화메달 수여” 운동
입력 2013-08-16 17:47
시각장애 때문에 참전용사 행사에서 소외됐던 동료에게 평화메달을 받을 기회를 주자는 운동이 영국 참전용사들 사이에 추진돼 화제다.
동료 참전용사로부터 평화메달 후보로 추천된 주인공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올해 92세의 빌리 오르(사진)씨로 그는 요즘 평화메달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들뜬 나날을 보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영국 글로스터 부대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해 전쟁포로 생활도 겪은 오르씨는 잉글랜드 브라이턴의 시각장애 참전용사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에 살고 있다.
영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대부분 각종 초청행사로 종전 후 한두 번씩은 한국을 재방문해 평화메달(재방문 메달)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시각장애로 종전 후에도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지난 7월에도 런던에서 생존한 참전동료가 모여 도심 퍼레이드 행사를 펼쳤지만 거동이 불편해 함께하지 못했다.
글로스터부대 전우였던 토미 클러프(82)씨는 최근 오르씨를 만나 이런 사정을 듣고 영국 한국전 참전용사협회(BKVA)에 오르씨에게도 다른 동료처럼 평화메달을 수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클러프씨는 “그는 메달을 받을 자격이 충분할 뿐 아니라 메달은 그에게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르씨도 “죽기 전에 메달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기쁜 일”이라며 “하루빨리 메달을 받아 인생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BKVA 대변인은 “오르씨가 메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거동이 불편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는 참전용사들에게도 메달 수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