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선서 거부 ‘말싸움 國調’… 원세훈·김용판 헌정사상 첫 사태

입력 2013-08-16 21:12 수정 2013-08-17 04:03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16일 증인으로 출석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1948년 제헌헌법 제정으로 국회에 국정조사 및 국정감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증인이 선거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에 출석한 김 전 청장은 증인선서 거부 소명서를 통해 “증언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위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지면 재판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당초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던 원 전 원장도 오후에 증인으로 나왔으나 “국회 증언·감정 법률 제3조와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선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헌정 사상 전례가 없는 초유의 일로, 대놓고 위증을 하겠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 전 청장은 경찰의 은폐·축소 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 공소장 전체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전면 부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대선을 3일 앞둔 12월 16일 오후 국정원 박원동 국익정보국장과 한 차례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원 전 원장도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박근혜 후보 당선과 문재인 후보 낙선을 위해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댓글 공작을 했다는 검찰수사 결과를 인정하느냐’는 추궁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김 전 청장이 대선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중간수사 결과 발표 시점을 정했다며 경찰청 CCTV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경찰청 디지털 증거자료 분석관들은 “(결과 발표를) 오늘(16일) 밤에 하느냐, 내일(17일) 아침에 하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가 하늘과 땅 차이” “이게 청장님이 지시한 거 아니냐”는 등의 대화를 나눈다.

여야와 야당 및 증인들이 정면충돌한 가운데 민주당이 17일 서울광장에서 3차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국회 출석 다음날 개최되는 집회여서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물론 정국에도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야당은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촛불집회에 합류키로 했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