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이지현] 빵과 벽돌

입력 2013-08-16 16:56

하나님은 가끔 우리에게 빵 대신 벽돌을 던져주시기도 한다. 어떤 이는 그 벽돌을 던져버리지만 어떤 이는 그 벽돌을 모아 삶의 주춧돌을 만들기도 한다. 인생의 10%는 내게 일어나는 일로 이루어지고 90%는 내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 행복은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삶의 이유가 분명한 사람은 절망을 이기고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런 인생의 진리를 경험적으로 깨달은 사람은 ‘죽음의 수용소’를 쓴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가 빅터 프랭클 박사다. 그는 의미를 찾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의미를 상실하면 무력해진다는 ‘의미 요법’이란 이론을 정립했다. 그가 이 이론을 정립한 사연이 있다.

어느 날 밤, 의과대학 시절의 은사가 그를 찾아왔다. 얼마 전 아내를 병으로 잃은 은사는 매우 힘이 없고 우울해 보였다. “상실감을 견디기 힘들어 죽고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는 “교수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만일 교수님이 먼저 돌아가시고 사모님이 살아 계신다면 지금의 고통을 누가 견뎌야 했을까요”라고 물었다. 한참의 침묵 후 노교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내가 당하는 게 낫지. 그래, 그 사람은 나보다 더 못 견뎠을거야.” 노교수는 들어올 때와 달리 힘 있게 악수까지 나누며 걸어 나갔다. 노교수가 당하는 고통의 의미는 아내가 당할 지독한 상실감을 대신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프랭클의 의미요법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고난의 벽돌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깨닫게 해준다. 인생의 환경은 바꾸기 어려울 때가 많다. 살다 보면 아우슈비츠처럼 절망적인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또 우리는 유한한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프랭클이 발견한 것처럼 그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긍정적인 태도를 선택하고 잃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다. 행복은 선택이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