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원작 만화가 “봉준호 감독 시나리오 등 보고 만족… 완벽한 걸작으로 작품 재탄생해 기뻐”
입력 2013-08-15 18:18 수정 2013-08-15 21:40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영화화 과정 중 에피소드, 원작 만화와 관련된 뒷얘기 등을 털어놨다.
동명의 원작 만화를 쓴 그림 작가 장 마르크 로셰트(57)와 시나리오 작가 뱅자맹 르그랑(63)은 15일 경기도 부천에서 열리는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인 봉준호 감독에 의해 작품이 다시 만들어져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들은 봉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르그랑은 “제작 단계와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떤 특정 부분이 다른 방향으로 제작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완벽한 걸작으로 생각했고, 봉 감독의 낙관주의적 성향도 확실히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셰트는 “봉 감독과의 계약 당시 ‘괴물’ ‘살인의 추억’ 등을 보고 그의 능력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며 “프랑스 유명배우이자 감독인 로베르트 호셍이 1980년대 1권이 나왔을 때 진지하게 영화화를 원했는데 당시엔 이야기를 실감나게 만들 테크닉이 없었을 때여서 잘 거절한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실제 ‘설국열차’에 출연하기도 했다. 르그랑은 엑스트라로 영화에 참여했고, 로셰트는 영화 속에서 아이들의 초상화를 직접 그렸다. 로셰트는 “수많은 스태프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큰 스트레스였다”면서도 “그림이 잘 나와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촬영장 주변에서 찾은 지저분한 종이에 다듬지 않은 그림을 그려 영화 작품을 더욱 현실감 있게 도왔다.
만화 ‘설국열차’는 1970년대 시나리오 작가 자크 로브와 그림 작가 알렉시스의 구상으로 처음 시작됐다. 알렉시스가 1977년 사망한 후 로셰트가 합류해 1984년 출간됐다. 자크 로브가 1990년 세상을 떠난 후 로셰트는 르그랑과 함께 시리즈를 재개해 20여년이 지난 2000년 2, 3권이 세상에 나왔다.
로셰트는 “다음 편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고 있다”며 “르그랑과 호텔, 비행기 등에서 얘기를 나눠보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만화가 가진 힘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로셰트는 “만화는 투자나 자본에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상상력을 총동원할 수 있다”고 했다. 르그랑은 “작가는 혼자 작업을 하는 고독한 싸움인데 만화는 그림 작가와 함께하면서 만들어져 더욱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천=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