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힘, 하루키를 밀어내다

입력 2013-08-15 18:12 수정 2013-08-15 19:33


6주째 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켜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가 정상 자리를 내줬다. 지난달 1일 국내 발간된 하루키 신작은 고액의 선인세 논란과 팬들의 서점 줄서기 열풍 등 각종 이슈 속에서 발간 즉시 베스트셀러 정상에 화려하게 등극했다. 그 이후 지난주까지 6주간 1위를 유지하다 이번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키를 밀어낸 건 소설가 조정래의 ‘정글만리’(해냄). ‘정글만리’는 15일 현재 교보문고와 YES24, 인터파크 등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1위에 올랐다. 하루키 신작은 2위에 머무르고 있다. 다소 이례적으로 알라딘에서는 김영하의 신작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이 1위를 차지했다. ‘정글만리’는 2위, 하루키 신작은 5위였다.

‘정글만리’가 3권짜리 장편임에도 인기가 급상승한 데는 입소문의 힘이 컸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작품에 대한 독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읽어본 분들이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하고 있다며 주변에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소설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국 기업 주재원들의 고군분투기를 통해 2013년 중국의 현재는 물론 한국의 미래를 제시하면서 중국 사회를 심층적으로 그려냈다. 책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선 이미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현재 10만 세트(30만권)가 나갔고, 그 중 7만 세트가 선주문으로 판매됐다.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인터넷에 연재되면서 인지도가 상승했다”며 “덕분에 20∼30대를 비롯해 전 연령대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하루키의 경우 작가에 비해 책 자체는 덜 부각된 편이다. 지금까지 35만부가 팔린 가운데 출판계에서는 최소 50만부는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음사는 ‘상실의 시대’란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됐던 하루키 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다음 달 2일 재출간하며 하루키 열풍을 이어갈 복안이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으로 발간될 예정으로 예약판매는 이미 시작했다. 하루키 전문 번역가로 알려진 양억관씨가 번역했다.

민음사 관계자는 “하루키 작품이 세계문학전집으로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소설은 읽는 사람의 감정과 경험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하루키는 국내에서 평가받는 것보다 외국에서 더 높게 평가받는 작가인 만큼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작품 외에도 여전히 올여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소설이 강세다. 다소 빠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정유정의 ‘28’(은행나무),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문학수첩) 등이 순위권에 있다. 출판계와 서점가가 불황 타개를 위해 여름 특수를 노리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당분간 소설 열풍은 계속 이어지리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출판사들이 올해 기대작을 다 쏟아낸 상황이라 하반기 출판시장이 부담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경제적 위기의 시대에는 상상력에 대한 갈증이 커지면서 소설 열풍이 불었다”며 “한국의 경우 40∼50명의 작가와 출판사 몇 곳을 통해 소설 시장이 성장해왔는데 한계가 있다. 소설적인 상상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