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친무르시 시위대 유혈진압 파장] 오전 6시께 농성장 접근 외국인 불문 무차별 발포
입력 2013-08-15 17:57
외신기자가 본 참사 현장
이집트군이 14일(현지시간) 강행한 시위대 진압작전은 말 그대로 ‘청소’였다. 군경은 군부 퇴진을 요구하던 비무장 시민은 물론 현장을 취재하던 외국 언론인에게까지 무자비한 발포를 감행했다. 시위대가 농성하던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과 카이로대학 인근 나흐다 광장은 막대한 사상자를 남긴 채 폐허로 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트위터와 각 언론사 취재기자의 속보,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사건 현장을 재구성한 바에 따르면 군부가 농성대에 접근한 것은 오전 6시17분 이후다. 순식간에 최루탄 연기가 현장을 뒤덮었다. 49분에는 로이터통신이 1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58분에 알 아라비야가 트위터에 게재한 라바 광장 현장 사진에는 검은 연기가 자욱한 채 시위대가 완전히 봉쇄된 듯한 모습이 보인다. 7시 이집트 내무부는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을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17분에는 시드니모닝헤럴드 루스 폴라드 기자가 트위터에 “불도저가 친무르시 시위대의 텐트를 으스러뜨리고 있다. 헬리콥터가 공중에 떠 있다. 타이어를 태우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글을 남겼다. 내무부 발표 이후 20분이 흐른 뒤엔 “군경이 나다 광장을 완전히 치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4분, 무슬림형제단 대변인 트위터 계정으로 라바 광장에서 30명이 죽었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상황이 이쯤 되자 현장에 있던 시위대는 거의 모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섯 살 난 아들을 데리고 광장에 나온 아자 갈랄씨는 “순교자로 죽을 것”이라는 각오를 가디언에 전했다. 44분엔 현지 기자 사메르 알 아트러쉬가 트위터에 “병원 영안실에서 17건의 시체를 봤다. 모스크 정원에까지 가스가 들어왔다”고 적었다. 8시에는 나다 광장이 군의 통제 하에 들어왔다고 이집트 국영 TV가 보도했다. 무자비한 발포가 이뤄진 것은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CNN은 농성대를 취재하던 여기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아랍권 매체 ‘엑스프레스위클리’의 스태프 기자였던 하비바 아흐메드 압드 엘라지즈(26)는 이날 오전 어머니에게 “군중이 너무 많고 경고가 강해요. 엄마,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딸이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어머니는 “신께 기도하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 다음 문자가 딸의 마지막 메시지였다. “연단으로 가고 있어요. 저기 탱크가 있어요.” 이후 말이 없는 딸에게 어머니는 “하비바, 안심시켜줘”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끝내 답은 없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