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부부 金-銀 합창

입력 2013-08-15 17:54

제14회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은메달을 나란히 목에 건 ‘잉꼬 철인’ 신혼부부 얘기가한여름밤 열대야를 식혀주고 있다.

세계육상 남자 10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애슈턴 이턴(25·미국)과 여자 7종 경기 은메달리스트 브리앤 타이젠 이턴(25·캐나다). 두 선수는 지난달에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다.

지난 10일 개막한 이번 대회에서 남편은 첫 이틀간 벌어진 10종 경기에서 8063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1년 대구 대회에서 준우승한 그는 지난해 9039점의 세계기록을 세웠고, 2012년 런던올림픽을 제패하더니 올해 세계대회까지 정복하면서 새로운 ‘육상의 황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애슈턴은 금메달의 기쁨도 잠시 다음날부터 아내의 응원 단장으로 변신해 다시 경기장을 누볐다. 자신이 경기하는 동안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아내의 7종 경기에 참석해 열성적으로 응원을 했다.

부창부수였다. 남편의 지극한 사랑의 힘을 받아서였을까 국제무대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브리앤도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7종목 가운데 3종목에서 개인 최고기록을 세워 세상을 놀라게 했다. 첫 경기인 100m 허들부터 1위로 시작한 브리앤은 줄곧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한 끝에 6530점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부부가 나란히 금메달을 따는 데는 실패했지만 파트너의 응원 속에서 이들은 특별한 신혼 선물을 교환했다. 부부의 인연을 맺게 해준 이는 다름 아닌 미국 오리건대 해리 마라 코치다. 1년 선후배 사이인 둘은 2009년부터 함께 훈련하면서 동료애와 애정을 쌓았다. 브리앤이 은메달을 따낸 14일(한국시간)은 마라 코치의 66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선물이었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