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 가격이 얼마인지 몰라서… 법원, 감정가 4800억 비취 횡령범 특경법 대신 횡령죄 적용
입력 2013-08-15 17:56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감정가 4800억원 상당의 비취 원석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56)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수천억원대 횡령 범죄치고는 가벼운 형량이다.
이씨는 2010년 5월 캄보디아인 Y씨와 투자계약을 맺고 어른 주먹 크기의 비취 원석 5개를 받았다. 이들은 계약에 앞서 ‘영국 국제자산운영 평가센터’라는 곳에서 비취 원석에 대한 감정서까지 받았다. 이씨는 비취 원석을 받은 뒤 Y씨 측과 연락을 끊었다.
Y씨는 한국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비취 원석 2개는 돌려받았지만, 나머지 3개는 이씨가 마음대로 처분한 뒤였다. 2개는 “280억원에 팔아 달라”며 지인에게 맡겼고 1개는 다른 지인에게 3억5000만원을 빌리면서 담보로 제공했다.
Y씨 측은 검찰에 이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이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감정서상 이씨가 빼돌린 비취 원석 3개의 감정가가 4800여억원이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5억원 이상의 횡령 사건은 특경법이 적용돼 형량이 높아진다.
재판부는 “비취 원석 평가액을 믿을 수 없다”며 한미보석감정원 등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감정원도 “비취 원석이 국내에서 거래된 적이 없어 감정가를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결국 재판부는 ‘시가 미상’을 이유로 이씨에게 특경법 대신 일반 횡령죄를 적용해야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