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친무르시 시위대 유혈진압 파장] 노벨평화상 엘바라데이, 비겁한 ‘면피용 사임’

입력 2013-08-15 17:57 수정 2013-08-15 22:02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이집트 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낸 시각은 정국 혼란이 최고조에 달한 때였다. 당시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는 무장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며 유례없는 규모의 사상자를 내고 있었다. 그중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있었다.

지난달 14일 취임한 엘바라데이는 꼭 한 달 만인 이날 만수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피할 수도 있던 유혈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결정을 책임지기 어렵다는 등 여러 차례 다른 표현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이력이 무색할 만큼 비겁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엘바라데이는 과도정부 부통령을 맡을 때부터 구설에 올랐다. 사실상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쫓아낸 군부와 손잡은 셈이기 때문이다.

엘바라데이의 긴급 사퇴는 지지자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치자 황급히 발을 빼며 군부와 선을 그은 행동으로 비쳐진다. 또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을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또 다른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집트 유혈사태가 벌어진 14일 매사추세츠주 휴가지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과 골프를 쳤다. 김 총재와 골프장에서 첫 타를 친 뒤 주먹을 맞부딪치며 웃는 사진이 공개됐다. 오바마의 한가한 골프 회동은 그간 이집트 과도정부를 두둔해 온 미국의 행보와 맞물려 비판 여론을 낳고 있다.

오바마가 휴가 중이었다 해도 이집트 상황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 미 동부시간은 카이로보다 6시간 늦다. 매사추세츠에서 오전 7시만 돼도 이집트 군부의 진압이 6시간이나 전개된 뒤다. 이때 무슬림형제단이 주장하는 사망자 수는 500명이 넘었고, 외신기자들은 직접 목격한 현장 상황을 실시간 보도하고 있었다.

오바마는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09년 외교 강화에 힘쓴 공로로, 엘바라데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던 2005년 핵무기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각각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