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친무르시 시위대 유혈진압 파장] 525명 사망 ‘피의 수요일’… 각국 “폭력 중단” 비난

입력 2013-08-15 17:57 수정 2013-08-15 14:03

이집트 군부가 14일(현지시간) 강행한 반정부 시위대 해산 작전이 2011년 독재자 무바라크 축출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라는 오명을 남겼다. 무슬림형제단이 주축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세력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과도정부도 이번 참사로 부메랑을 자초한 모습이다.

국제사회가 잇따라 맹비난을 쏟아냈고 미국도 군사협력을 중단하겠다며 뒤늦게 압박에 가세했다. 과도정부가 ‘얼굴 마담’으로 기용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사임했다.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집트 계엄정부는 시위진압 과정에서 무르시 지지자 202명 등 최소 52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 사망자 43명을 빼면 280명이 시위와 무관한 사람일 수 있다. 이 중에는 현장을 취재하던 카메라기자 등 최소 3명의 기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인은 대부분 총상이나 최루가스에 의한 질식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사망자가 2000여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망자는 이집트 정부 측 집계만 쳐도 하루 동안 숨진 사람 수로는 근래 최대 수준이다. 지난달 8일과 27일 유혈사태로 죽은 사람은 각각 50여명, 80여명이었다. 2011년 1~2월 호스니 무바라크 퇴진 직전까지 18일간의 시위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84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집트 당국이 시위대와 대화하는 대신 폭력을 택한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터키 카타르 이란 등 중동 국가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도 이집트 정부의 무력 진압을 규탄하고 자제를 촉구했다.

이집트 문제에 침묵하던 미국도 입을 열었다. 휴가 중이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특별성명을 내고 이집트 군부에 대해 “위험한 길로 가고 있다”며 “이집트와의 군사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존 케리 국무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집트 정부에 국가 비상사태를 조속히 끝내고 조기 선거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CNN이 자문한 중동 전문가들은 ‘피의 수요일’로 기록될 14일 유혈사태가 이집트를 더욱 혼돈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칼럼니스트 파이잘 알야피는 “이번 일은 이집트를 분열시킬 것”이라며 “만약 지금 상황을 본 이슬람주의 정당이 ‘더 이상 민주적 절차로 대화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들은 폭력적 수단에 의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르시 지지자들은 15일 오전 경찰서와 병원, 정부 청사 등을 공격했다. 군부는 카이로와 기자 지역 진입로에 더 많은 군대를 배치했다. 은행과 증권거래소, 일부 상점은 문을 닫았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