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국정원 규탄 시위에 물대포 등장… 대학생 등 300여 명 연행
입력 2013-08-15 17:56 수정 2013-08-15 21:48
제68회 광복절에 잇따른 기습 시위로 서울 도심이 몸살을 앓았다. 곳곳에서 도로가 통제되고 경찰 물대포까지 등장했다. 대학생 등 300여명이 국가정보원 규탄 시위를 벌이다 무더기로 연행됐다. 현 정부 들어 서울에서 시위대에 물대포가 발사되기는 처음이고, 전국적으로는 지난달 20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시위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5일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를 점거하고 종로 등지에서 미신고 집회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단체 회원 301명을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연행해 조사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식 참석을 1시간여 앞둔 오전 8시40분부터 기습 시위를 벌였다. ‘박근혜 대통령 사과하라’ ‘국정원 해체, 남재준 파면’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세종로에 드러누워 1개 차로가 통제됐다. 경찰은 서로 팔짱을 끼고 연좌시위를 벌이던 126명을 연행했다. 대부분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이거나 시민단체 회원이었다. 지난 6월 국정원 사태가 불거지며 조직된 ‘이한열실천단’ 학생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후에도 종로2가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도로를 점거한 혐의로 172명이 추가 연행됐다.
오후 2시쯤에는 8·15평화통일대회를 마친 시위대 2500여명이 경찰과 대치했다. 서울역에서 명동을 거쳐 종로2가로 행진하며 ‘국정원 해체, 해외정보원 신설’ 등 현수막을 내걸고 1개 차로를 점거했다. 이후 종로1가∼종로2가 왕복 8차로를 점거하고 농성하던 이들에게 경찰은 오후 3시쯤 물대포를 발사해 해산시켰다. 이성한 경찰청장이 직접 물대포 사용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을지로1가 교차로에서는 시위를 제지하던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남성 3명이 검거됐다. 시위 여파로 1시간30분간 을지로 일대는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이들은 가두행진에 앞서 오전 11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주최로 서울역에서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가졌다. 주최 측 추산 5000명, 경찰 추산 3500명이 참석해 남북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해병대전우회도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서 5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NLL을 사수해 군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며 “NLL 포기 세력과는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엽제 전우회는 관훈동 동화면세점 앞에서 ‘반국가 종북세력 척결 결의대회’를 갖고 “제2의 광우병 촛불집회로 국정원을 무력화하는 세력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나 조성은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