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두 전범국가…獨 총리, 참회위해 ‘나치 수용소’ 방문-日 총리, 사죄 침묵

입력 2013-08-15 17:55 수정 2013-08-16 01:29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이 같은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의 태도와 갈수록 대비되며 뻔뻔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1993년 이후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8·15를 맞아 반성과 애도의 뜻을 표명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아베 총리는 15일 도쿄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여러분(전몰자)의 희생 위에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이 있다는 것을 잠시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전쟁 피해국들을 향한 사과 없이 “역사를 겸허하게 마주하고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기겠다”고 밝혔다.

20년 전인 93년 종전기념일에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가 반성의 뜻을 담은 연설을 한 이후 역대 총리들은 8·15가 되면 항상 ‘주변국에 끼친 피해와 반성’을 언급해 왔다. 2007년 총리였던 아베 자신도 “아시아 각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준 데 대해 깊은 반성과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으나 이번엔 입을 굳게 다문 것이다.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이어졌다.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과 후루야 게이지 납치문제 담당상, 이나다 도모미 행정개혁 담당상 등 각료 3명과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중·참의원 102명 등 의원 105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줄줄이 참배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청년국장,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노다 세이코 자민당 총무회장이 포함됐다. 89년 시작된 헤이세이(平成·아키히토 일왕의 연호) 시대 들어 가장 많았다. 최근 5∼6년간 8·15 참배 의원 수는 40~70명이다.

아베 총리는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특별보좌관을 보내 ‘자민당 총재’ 명의의 공물료를 사비로 봉납했다. 하기우다 보좌관은 “오늘 참배하지 못한 것을 사죄해 달라”는 아베의 전언까지 전했다.

아베 내각의 행보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 총리로는 처음 나치 수용소를 방문하는 것과 대비된다. 14일 로이터 통신은 “총리가 20일 뮌헨 남부 다하우 수용소 기념관을 찾아 헌화하고 연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월 세계홀로코스트 기념일을 맞아 “우리는 나치 범죄와 세계대전의 희생자들, 그리고 홀로코스트에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09년 9월에 열린 2차 대전 발발 70주년 기념식에선 무릎을 꿇은 적도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