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영대영’ 이미지만 남긴채 떠나는 유럽행… 홍명보 귀국 보따리 뭘까

입력 2013-08-15 17:54

첫 승이 절실했으나 또 실패했다. 지난달에 열린 동아시안컵이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데뷔 첫 무대였다. 호주와 1차전에 이어 중국과의 2차전에서도 득점 없이 비겼다. 이어 한·일전에서는 1대 2로 패했다. 이를 악물고 두 번째 무대를 준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의 강팀 페루와 붙어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데뷔 이후 4경기째 마수걸이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실망하지 않는다. 눈 앞 승리에 욕심을 부리다간 큰 그림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이 누군가. 데뷔 후 경기마다 지는 바람에 ‘오대영’(5대 0)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하마터면 감독직에서 쫓겨날 뻔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수제자다. 그도 처음엔 고집불통의 스승을 못마땅하게 여겼었다. 하지만 후배들을 다독이며 월드컵 4강 신화창조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리고 꿈을 이뤘다.

현재 홍 감독도 ‘영대영’(0대0) 감독으로 불리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과 많이 닮았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도 그랬다.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동메달을 따냈지만 그 과정은 정말 눈물겨웠다. 북중미의 멕시코, 유럽의 스위스, 아프리카의 가봉, 축구 종가 영국마저 무너뜨렸다. 결승 문 앞에선 브라질에 패해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숙적 일본을 2대 0으로 격파하며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승처럼 홍 감독도 목표가 서면 물러서는 법이 없다. 목표는 내년 브라질월드컵이다. 페루전을 통해 중간고사를 마쳤다. 국내파와 J리거들 검증도 완료했으며 ‘공간과 압박’ 전술 실험도 마쳤다. 아직은 50점이다. 나머지 반은 ‘원톱’과 ‘처진 스트라이커’에 맡긴다. 홍 감독은 ‘골 가뭄’ 해갈을 책임질 ‘해결사’들을 찾아 16일 유럽행 비행기를 탄다. 출국 일정과 향후 계획은 모두 비공개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