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명성 장치 폐기한 ‘BK21플러스’

입력 2013-08-15 17:56 수정 2013-08-16 01:27
교육부가 1조700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BK21(두뇌한국) 플러스 사업자 선정 과정의 투명성·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치였던 ‘상호 이의제기 검증 시스템’을 폐기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경쟁자 간 정보 공개를 통해 부정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 온 장치가 없어지면서 밀실·칸막이 선정이 횡행했던 2007년 이전으로 퇴보했다는 평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운영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정부 3.0’(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한 행정 혁신)에도 정면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석·박사급 인재를 지원하는 BK21 플러스 사업 중 미래기반 창의인재양성형 최종 선정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64개 대학에서 195개 사업단, 280개 사업팀이 낙점됐다. 이들 사업단(팀)에는 올해만 2277억원이 지원된다. BK21 플러스 전체 예산은 향후 7년간 1조7682억원이 책정돼 있다.

그러나 국민일보 확인 결과 외부에서 선정 과정을 감시할 장치는 전무했다. 특히 2007년부터 운영돼 온 상호 이의제기 검증 시스템이 슬그머니 폐기됐다. 대학들은 지정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들의 제안서를 올리고 서로 실적 부풀리기 등 부정행위를 감시하고 문제제기해 바로잡았다. 예전에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지원팀 간 프레젠테이션도 공개했으나 이번에는 이마저 차단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서로 꼬투리 잡는 용도로 쓰이므로 (검증 시스템을) 폐기하자고 해 없앴다”고 해명했다.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선정을 강조하며 진행 과정을 공개했던 교육부가 검증 시스템 폐기 이유를 대학들의 요구 탓으로 떠넘긴 것이다.

심사위원 명단이나 채점 결과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단을 공개할 경우 로비 혹은 보복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회의원이 요청해도 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서울시내 한 대학의 BK21 플러스 담당자는 “각 대학들은 이미 심사위원 명단을 대략적으로 가지고 있다”면서 “학회에서 늘 마주치는 사람들이어서 모를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