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던 檢, 전두환 조카 이재홍 갑작스런 석방 왜?

입력 2013-08-16 05:07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은닉한 혐의로 긴급 체포한 조카 이재홍(57)씨와 재산 관리인 김모씨 등 2명을 15일 새벽 석방했다. 이씨 등은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신병이 확보된 첫 사례인 데다 구체적인 비자금 유입 단서도 확보된 상태여서 검찰의 갑작스런 석방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15일 “재홍씨 등 2명에 대한 조사를 통해 나름 얻을 수 있는 건 충분히 얻었다”며 “풀어줘도 상관없을 상황이어서 일단 풀어줬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영구히 풀어준 건 아니다”고 단서를 붙였다. 검찰은 지난 13일 조경업체 청우개발을 압수수색하면서 증거 인멸 우려 등이 있다며 재홍씨와 조력자 김씨를 긴급체포했었다.

검찰은 전날 오후까지도 재홍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재홍씨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부지를 매입했다가 팔았다”며 “비자금으로 산 땅의 가격이 올랐다면 매각 대금은 전액 환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30분쯤 전 전 대통령 측 정주교 변호사가 검찰을 방문한 이후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정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법리다툼 문제로 소명할 것도 있고 처남 이창석씨의 몸이 좋지 않아 2∼3일 영장 청구를 연기해 달라고 부탁하러 갔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전 전 대통령 가족들은 재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미납 추징금 일부 자진납부 의사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검찰은 당시 “(자진납부와 관련해) 전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의견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어떤 재산이 있고 어떤 방식으로 납부할지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면서 “언론플레이식으로 하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불쾌한 반응도 보였다. 창석씨는 오후 8시30분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하지만 검찰은 창석씨 영장 청구 이후 밤 10시쯤 긴급회의를 소집해 재홍씨 등 2명에 대한 석방 결정을 내렸다. 검찰의 석방 조치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전 전 대통령 측에 ‘국민이 수긍할 수 있을 만큼 추징금 자진납부 의지를 밝히라’는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그중 하나다.

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 위해 전 전 대통령 측에 ‘강온 양면 작전’을 펴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추징금 환수를 위한 압박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으로 26년이 지난 비자금 추징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해 자진납부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 일가와 조력자들 재산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전웅빈 정현수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