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호철] 공중정원
입력 2013-08-15 17:45
신(新)바빌로니아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재위 기원전 605∼562년)가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건설한 정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바빌론의 공중정원(空中庭園)’이다. 높이 25m에 5단으로 이어진 계단식 테라스에 수목을 심어 조성한 정원의 모습이 마치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다. 수차를 이용해 도시를 관통하는 유프라테스 강물을 끌어올려 댄 것으로 기록돼 있다.
동맹국인 메디아 왕국에서 시집 온 왕비 아미티스는 고향을 그리워했다. 메디아 왕국은 산과 나무가 많아 자연환경이 좋았지만 바빌론은 평탄한 데다 비도 잘 오지 않아 자연의 혜택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네부카드네자르 2세는 아미티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이 정원의 조성을 결심했다고 한다. 기원전 538년에 페르시아 제국의 침략으로 파괴된 이후 정확한 위치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최근 중국에서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연상케 하는 옥상정원이 적발됐다. 중의학 의사로 베이징시 정협 위원인 59세의 장비칭(張必淸)은 베이징시 하이뎬(海淀)구 런지산장(人濟山庄)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 총 800㎡(약 242평) 규모의 불법 건축물을 지어 6년간 이용해 왔다. 이 아파트 꼭대기 층인 26층에 거주하며 2007년부터 옥상에 정원을 조성하고 불법 건축물을 세우는 방법 등으로 2∼3층 규모의 공중정원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총 80만 위안(1억4600여만원)을 들여 대형 나무와 각종 암석 등도 설치해 자그마한 산을 방불케 한다.
공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이웃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항의하는 옆집 주민에게는 위협을 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건축물도 결국 철거될 운명이다. 기괴한 건축물에 비난이 쏟아지자 베이징 당국이 기한 내에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곳에서 유명 인사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력과의 부적절한 연결고리가 있어야 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위 공직자, 대기업 임원 등 지위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불법 로비한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의 강원도 원주시 남한강변 호화별장이 떠오른다. 대리석 및 옥으로 치장하고 고급스러운 가구로 장식하는 등 아방궁처럼 꾸며놓고 노래방 시설 등을 갖춘 뒤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했다고 하니 중국의 공중별장도 그런 목적에 사용된 것일까.
남호철 논설위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