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본격화] “신체 일부 떼가려한다면 어떤 나라·국민이 받아들이겠나”
입력 2013-08-15 17:47 수정 2013-08-15 21:40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취임 첫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발표한 대일(對日) 메시지는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더 이상 과거 유산을 답습하지 말고 한국과의 공동번영을 위해 나서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진지한 반성과 참회 속에 역사인식을 올바르게 가진 뒤 두 나라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3·1절에 이어 또 한번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고려 말 대학자 이암 선생은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고 하셨다”며 “만약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독도 등 영토 문제를 영혼과 신체에 비유한 것이다. 일본에 성찰과 반성을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게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양국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분명히 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양국이 진정한 협력동반자의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일본 지도자들의 의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등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선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일본의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 바 있다.
경축사에는 그러나 “일본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열어갈 중요한 이웃” “대다수 일본 국민들은 한·일 양국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염원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특히 박 대통령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다시 한 번 언급한 것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이 구상의 성공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 정부 외교정책을 관통하는 ‘신뢰’를 한·일 관계를 설명할 때 다시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올 하반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등 수차례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일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박 대통령은 독립유공자 및 유족, 광복회 관계자 등 200여명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일본이 과거를 직시하고 반성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것을 깨닫고 과거사 문제를 풀어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무리 아픈 상처도 해가 지나면 조금씩 아무는데 올해는 일본이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해서는 안 될 말들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분의 아픔이 더 커졌을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위로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