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어머니 추도식에 못간 ‘朴대통령의 아픔’
입력 2013-08-16 05:09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8·15 광복절을 둘러싼 ‘슬픈 개인사’가 존재한다. 대한민국 최대 경축일이지만 39년 전인 1974년 바로 이날 어머니인 고(故) 육영수 여사가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조총련계 재일교포 문세광의 흉탄에 맞아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유학 중이던 박 대통령은 급거 귀국해 육 여사 장례식을 치른 다음 날부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았다. 스물두 살 꽃다운 나이에 겪은 비극으로 박 대통령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귀국 비행기에서도 계속 울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박 대통령은 당시 일기에 “날카로운 칼이 심장 깊숙이 꽂힌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고 적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매년 광복절이면 어김없이 육 여사 추도식에 참석해 왔다. 추도식은 재단법인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가 국립서울현충원 내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 묘소에서 여는 것으로, 박 대통령은 유족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에는 이 행사에 갈 수 없었다. 추도식이 시작된 15일 같은 시각, 그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해야 했다. 특히 세종문화회관은 74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던 옛 국립국장을 허물고 지은 건물이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의 많은 부분을 북한을 향한 화해 메시지에 할애했다. 북한 사주로 알려진 문세광에 의해 어머니를 잃었으면서도 “이제는 남북 간 불신과 대결 시대를 넘어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명확한 언어와 어투로 경축사를 하는 박 대통령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그러나 대통령의 가슴 한 편에는 여전히 선명한 아픔의 기억이 남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